2024년 11월 8일

[칼럼] 한국형 스마트팩토리는 없다

국내 언론에서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한국형’ 스마트 팩토리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박장환 국립한경대학교 교수는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스마트 팩토리에 굳이 한국형이라는 이름까지 붙여 국내 제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민관 및 많은 지역사회와 기관들의 제안에 혹시 많은 예산이 투입될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편집자 주]

 

글: 박장환 교수, 국립한경대학교

요즈음 국내에서는 스마트 팩토리가 많은 관심 속에서 산업 대응 전략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전문가가 칼럼을 통해 활발하게 스마트 팩토리를 소개해 제4차산업혁명 Platform ID 4.0 (Industry 4.0)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어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용어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스마트 팩토리는 플랫폼 ID 4.0 (Platform ID 4.0)에 있어 핵심개념 중의 하나로 미래의 지능형 공장으로 대표되는 디지털화의 가장 큰 결과물이다. 국내의 언론에서 이 두가지 용어는 독일이나 그 주변국의 언론보다도 더 많이 언급하고 있어 필자도 깜짝 놀랄 정도이다.

독일에서 만들어진 ID 4.0, 더 정확히 말하면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Platform Industry 4.0)을 의외로 많은 독일인과 유럽인들이 모른다. 물론 이 스마트 팩토리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래의 지능형 공장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도 잘 알고 있다.

정부가 제조업 혁신과 강화를 위해 2022년까지 스마트 팩토리 2만 개 구축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맞춰 국내의 많은 연구기관이 국내산업의 발전을 위해 스마트 팩토리 구축안에 대한 좋은 정책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 좋은 일이고 이대로만 된다면 국내의 많은 산업 발전이 청사진처럼 이루어질 것 같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잠깐 되짚고 가야 할 점이 있다. 제조업의 강국이 스마트 팩토리 만을 구축함으로서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스마트 팩토리만 구축하면 제조업 강국이 되어 엄청난 부가가치를 과연 창출할 수 있을까?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Platform Industry 4.0) 프로세스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Platform Industry 4.0) 프로세스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Platform Industry 4.0)을 자세히 살펴보면 스마트 팩토리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즈음 많이 유행하는 디지털화(Digitization)와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Platform Industry 4.0)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모든 것이 구현된다는 의미가 아니고, 균형 감각과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접근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경쟁력 없는 제품을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서 생산한다고 해서 과연 부가가치가 얼마나 창출될까.

플랫폼 ID 4.0 (Platform ID 4.0)과 스마트 팩토리는 기업에서의 프로세스를 변화시키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를 구성하는 기술들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가상물리시스템(CPS: Cyber Physical System), 빅데이터 등의 새로운 기술과 기존 기술의 진보인 수직/수평 통합, 디지털 트윈, 디지털 팩토리 등의 결합으로 구성된다.

플랫폼 ID 4.0 (Platform ID 4.0)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혁신과 그리고 적절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프로세스에 많은 변화를 주어 부가가치의 창출과 동시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새삼스럽게 더 새로운 것도 아닌 스마트 팩토리를 언급하는 것은 바로 ‘한국형’ 스마트 팩토리 구축이라는 주제가 있기 때문이다.

수직/수평 통합과 디지털화 해결해야

그 유명한 ‘한국형’이라는 용어는 새로운 기술이 소개될 때마다 마치 약속이나 된 듯이 이번에도 등장하여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어 수식어가 되어 따라붙어 다닌다. 무엇때문에 스마트 팩토리가 한국형이어야 하는가? 이 한국형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산업 현실과 특성에 맞는 스마트 팩토리의 구현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효율성이 높은 스마트(지능형) 공장을 의미하는 것인지 도무지 궁금하다. 아마도 이 두 가지를 겸용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실과 특성을 살린 효율성 높은 스마트 팩토리를 의미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한국형 플랫폼 ID 4.0 (Platform ID 4.0)이라는 용어는 왜 아직 등장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독일 산업계와 학계에서 만들어진 고유 상품명이라 부담스러워 안 나올 수도 있겠다.

많은 전문가들이 스마트 팩토리를 이야기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플랫폼 ID 4.0 (Platform ID 4.0)에서 제시하는 의미의 스마트 팩토리는 수평 및 수직 통합을 전제로 하므로 아직은 구현이 요원하다. 기업 레벨 구조 사이의 두꺼운 벽을 통과하기에는 OPC UA (Open Platform Communications Unified Architecture), TSN (Time Sensitive Network), CPS (Cyber Physical System), Auto ID 네트워크,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현재 및 미래의 기술을 다 동원해도 아직은 10년 이상의 세월이 더 요구될 수 있다. 기계나 설비의 진화가 이루어져 스마트화 되어도 기계라는 범주를 벗어나기는 아직 어렵다.

스마트 팩토리의 구현이야말로 생산 제조업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디지털화로 물류와 연계되는 플랫폼 ID 4.0 (Platform ID 4.0)의 중요한 부분의 하나이다. 스마트 팩토리가 물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물류의 디지털화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산업의 디지털화는 기업, 학계, 민관 및 과학자들과 협력 하에, 여러 국가가 이미 네트워크화 된 산업을 촉진하기 위한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제안하고 보급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로 독일은 ‘Platform Industrie 4.0’을, 미국은 ‘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을, 일본은 ‘Connected Industries’을, 중국은 ‘Made in China 2025’를 각각 제안하고 발표하게 되었다. 많은 국가가 자국의 미래 산업에서 디지털화(Digitalization)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나, 많은 기업들은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변화에 부응하지 못해 사용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쓸모없게 될 위험이 곧 다가올 수도 있다.

새로운 산업 이니셔티브

잠시 여기서 스마트 팩토리를 포함하는 중요한 새로운 산업 이니셔티브의 동향을 살펴본다. 독일의 플랫폼 ID 4.0과 미국의 IIC (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는 많이 알려져 있으므로 더 이상의 설명은 여기서는 피하고 매우 유사한 이름을 가진 독일의 ‘Connected Industry’와 일본의 ‘Connected Industries’에 대해서만 기술한다. 독일의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Platform Industry 4.0)의 이론적인 측면을 산업현장으로 끌어들여 구현하고 있는 보쉬(Bosch)사를 중심으로 베를린에 본사를 둔 ‘Connected Industry’ 협회가 설립되었다. 정확한 이름은 ‘Connected Industry e.V.(eingetragener. Verein)’. 데이터 지원 기반의 생산 및 물류를 중심으로 여러 운영 사례를 통해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Platform Industry 4.0) 구현에 관한 여러 혁신적인 과제와 응용 및 고찰을 여러 회사 사이에서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adidas의 기가팩토리
adidas의 기가팩토리(Giga factory)

플랫폼 ID 4.0과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 차이가 있다. 즉 Connected Industry는 플랫폼 ID 4.0의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면을 보강하여 산업에 직접적인 응용을 실천하는 디지털화의 강화에 있다. 보쉬는 ‘Connected Industry’ 사업부를 출범시켜 독일, 헝가리, 중국에서 작업을 이미 시작함으로써 디지털화와 네트워크화 산업을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일본은 플랫폼 ID 4.0 (Platform ID 4.0)의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를 포함한 기술 혁신을 최대한 활용하여 ‘Society 5.0’을 달성하고자 한다.

소사이어티 5.0 (Society 5.0)은 “사이버 공간과 물리적 공간이 고도로 통합된 시스템으로 경제적 발전과 사회적 문제의 갈등 해결에 균형을 이룬 인간 중심의 사회”로 정의된다. 사실상 이는 노령인구의 증가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절벽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은 ‘Connected Industries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이는 가능한 다양한 자산을 연결함으로써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유도하도록 하여 Society 5.0과 연계가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한다. Society 5.0의 달성을 위해 산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또한 인간을 포함하는 현대 생활의 연결을 통해 사회에 산재된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신개념의 형태로 일본 정부는 “Connected Industries”를 발표하게 되었다. 일본 정부는 민간 부문과 협력하여 Society 5.0을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자세한 것은 일본의 경제 산업성(METI, Minister of Economy, Trade and Industry) 홈페이지를 참조 바란다.

일본의 Connected Industries 이니셔티브는 저출산과 노령화에 대비한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사회의 변화를 초래하여 Society 5.0을 구축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스마트 공장과 관련된 기술적인 이슈는 독일의 플랫폼 ID 4.0 (Platform ID 4.0)에 기반을 둔다. 미국의 IIC 이니셔티브도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공장의 수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스마트 팩토리 구현과 또한 부가적으로 스마트 시티 구현과 스마트 교통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형(?) 스마트 팩토리

그렇다면 국내에서 그렇게 부르짖는 ‘한국형’ 스마트 팩토리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일까? 어떠한 내용을 담고 어떠한 새로운 구상 및 솔루션을 제공할까? 우리의 미래에도 곧 다가올 고령화와 인구절벽에 대한 솔루션을 포함하는 일본 산업 이니셔티브처럼 포괄적인 내용을 갖추는 산업 솔루션을 과연 한국형 스마트팩 토리라는 이름으로 제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독일의 새로운 ‘Connected Industry’ 처럼 Platform ID4.0에 대한 독특한 응용 솔루션을 제공하게 될 것인가? 필자는 플랫폼 ID 4.0과 스마트 팩토리의 기술적인 부분에 관심을 두고 자동화 솔루션만 연구했기 때문에 정책적인 면은 잘 모른다. 다만 한국형 스마트 팩토리 구축이라는 생소한 사업에 대해 알고 싶을 뿐이다.

국내의 산업 현실과 특성에 적합하다는 의미는 어떠한 것일까? 국내의 산업은 지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에서는 플랫폼 ID 4.0을 활용하여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고 준비하고 있다.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한국형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차라리 효율성 있게 지방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도의 이름을 붙여 – 예를 들자면 경기도 형, 충청도 형 등등의 명칭을 가지고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나중에는 각 도의 남도, 북도로 분리하고 다시 각 도의 산업단지 지역의 특성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산단지역 이름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 사업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아마 한국형 디지털 전환 (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구축사업도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효율성이 높은 스마트 팩토리는 무엇을 의미할까? 설마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완전히 이해하여 생산성을 엄청나게 증가시켜 수익성을 극대화해 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아직 스마트 팩토리는 유럽에서도 초보 실행 단계이고 진행 중인 현재형이다. 당장 기계나 설비의 스마트화가 마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줄 만큼 기계나 설비의 진화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제조 산업의 발전을 위해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스마트 팩토리의 구현 기술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 ID 4.0이 발표된 것도 거의 10년이 다가오고 그 동안 실제적인 구현기술의 미비로 인해 다시 플랫폼 ID 4.0으로 변경되었다. 단지 공정의 조그마한 개선이 이루어지는 정도를 가지고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했다고 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까?

한국형 스마트 팩토리는 우리 산업계에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국가 연구기관들이 집중적으로 연구한 스마트 팩토리가 국내 산업계에 활용되어 많은 기업이 이를 모델로 삼아 이용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도움을 주었는지 혹시라도 제조업의 새로운 발전과 비즈니스 성공모델을 제시하였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아니면 시험사례를 통해 국내 SI(System Integrator)나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이라도 가능한지 다 함께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스마트 팩토리에 굳이 한국형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서 국내 제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민관 및 많은 지역사회와 기관들의 제안에 혹시 많은 예산이 투입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스마트 상품 개발이 먼저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 이전에 스마트한 상품 개발이 먼저라고 생각된다. 스마트한 상품 개발은 디지털화와 디지털 전환이 요구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ID 4.0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좋으나 지나치지 않게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었으면 한다. 추후에 모습을 드러낼 스마트 팩토리가 새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구축이나 활용이 어려울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순수 물리학이나 수학이 주를 이루는 어려운 사이언스도 아니고 응용측면이 강한 엔지니어링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누구나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이라는 이름으로 더는 국민의 세금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어떻게 보면 플랫폼 ID 4.0은 독일 산업계와 학계에서 나온 고유의 상표이기도 하다. 아마 디지털화(Digitalization)로 변경하여 사용하는 것이 맞을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국가와 독일에서도 디지털화라는 이름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굳이 국가의 이름을 붙인 경우는 중국의 ‘Made in China 2025’가 있다. 생산도 유연성과 자율화를 강조한 자율(Autonomous)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한국형이라는 정형화된 스마트 팩토리는 시대에 어울리지도 않는다. 혁신과 도전 그리고 위험 관리를 적절히 평가 및 관리함으로써 디지털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굳이 여기에 한국형 스마트 팩토리가 필요한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이 언급되는 플랫폼 ID 4.0의 중요한 핵심을 다시 한 번 짚어본다. 생산 영역과는 관계없이 기업의 핵심 프로세스로써,

1) 제품 개발: 스마트 프로덕트(Smart Products),
2) 고객 주문 프로세스: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3) 판매 및 사후 판매(After Sales): 스마트 서비스(Smart Service) 
등 3가지를 들 수 있다. 더 나아가 지능형 공장 및 생산 – 즉 스마트 팩토리와 변화된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스마트 제품의 통합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글. 박장환 국립한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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