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네트워크 관련 최대의 글로벌 조직인 PI(PROFIBUS & PROFINET International)은 최근 서울에서 글로벌 연례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올해부터 내년까지의 사업 및 기술 방향에 대한 결실을 모았다. 특히 자버 슈미트(Xaver Schmidt) PI 회장은 서울 회의 마지막날 국내 엔지니어들을 위한 “산업용 네트워크 PROFINET 글로벌 포럼” 행사에 참여해, 현장 데이터를 어떻게 AI와 연결할 것인가라는 화두 던지며, 피지컬 AI의 미래 모습을 제시했다.

산업용 AI, ‘예쁜 그림’을 넘어 실질적 가치 창출의 단계로
지난 4월 독일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의 모든 전시장과 부스는 AI라는 키워드로 가득 채워졌다. 하지만 산업용 네트워크 기술 글로벌 최대 협회 조직인 PI의 자버 슈미트 회장은 현 상황을 냉철하게 진단한다.
그는 전기공학도로서 글쓰기보다는 설계가 익숙한 자신에게 코파일럿의 문장력이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는 개인적 일화를 통해 AI의 범용적 위력을 인정하면서도, 산업 현장에서의 논점은 전혀 달라야 함을 분명히 했다. 현재 대중이 열광하는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예쁜 그림은 산업용 AI가 발휘해야 할 진정한 잠재력의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산업 환경에서 AI의 가치는 시각적 결과물이 아닌 실질적인 생산성 혁신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슈미트 회장은 산업용 AI가 가져올 핵심 이익으로 생산성 향상, 의사결정 가속화, 다운타임(설비 비가동 시간) 감소, 그리고 디지털 서비스의 고도화를 꼽는다. 특히 과거 전문가가 직접 측정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동으로 분석하던 지루한 과정을 머신러닝 모델이 대체함으로써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메커니즘이 핵심이다.
이러한 잠재력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의 고도화 이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요소가 있다. 바로 AI라는 엔진을 가동하기 위한 기초 원료이자 지능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인 데이터의 확보다.
피지컬 AI의 기반: 필드 레벨 데이터의 구조화와 컨텍스트 확보
슈미트 회장의 진단은 단호하다. 최고의 알고리즘이라도 데이터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소위 피지컬 AI라 불리는 산업용 인텔리전스의 성패는 현장의 가장 낮은 곳인 필드 레벨 데이터에 얼마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히 원시 데이터를 대량으로 수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데이터는 반드시 구조와 문맥을 갖추어야 하며, 이를 통해 비로소 실행 가능한 정보로 변환된다.
여기서 피지컬 AI의 핵심적인 선순환 구조가 등장한다. 슈미트 회장은 상위 시스템으로 올라간 데이터가 분석을 거쳐 다시 현장 기기로 피드백되어 구체적인 동작을 만들어내는 역피드백 채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때 통신 기술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제어 작업이라는 최우선 순위가 네트워크에서 방해받지 않도록 보장하면서도, 동시에 필요한 데이터를 통합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조력자로서의 신뢰성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끊김 없는 통합 아키텍처: IO-Link, PROFINET, 그리고 OPC UA
PI가 제시하는 데이터 통합의 전략적 자산은 최하단 센서에서 최상위 시스템까지 연결되는 확장 가능한 통신 아키텍처다. 특히 현장 바닥의 IO-Link 센서는 단순히 온오프 신호만 전달하던 과거의 수준을 넘어섰다. 예를 들어 센서의 오염도와 같은 구체적인 추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함으로써 예방 보전의 핵심 소스 역할을 수행한다.
데이터의 수직적 통합 방식에서도 PI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한다. 비용 민감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무거운 OPC UA 대신 데이터 교환 형식인 JSON REST API를 통한 매핑 기술이 강력한 대안이 된다.
메인 제어 장치(PLC)를 거치지 않고 필드 마스터에서 직접 데이터를 읽어오는 이 방식은 별도의 복잡한 프로그래밍 없이도 표준화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JSON은 개발자 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의미론적 정보를 가독성 있게 전달할 수 있어, 사무실의 소프트웨어 세계(IT)와 공장의 실제 기계 부품 세계(OT)의 경계를 허무는 비용 효율적인 도구로 평가된다.
기술적 혁신: PROFINET over APL과 수직적 통합의 가속화
산업 현장의 하부 조직까지 고속 인터넷인 이더넷이 침투하는 기술적 진보는 피지컬 AI의 실현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고급 물리 계층 기술인 Ethernet-APL과 단 두 가닥의 선으로 통신하는 SPE 기술은 필드 기기 모니터링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장했다. PROFINET over APL 솔루션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다양한 프로파일과 기술 스택은 단순한 기술 나열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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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술 혁신의 진정한 가치는 일관된 문서화에 있다. 자산 관리부터 기기 교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데이터로 표준화됨으로써 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또한 강력한 사이버 보안 체계가 뒷받침된 수직적 통합은 데이터 무결성을 보장한다. 이는 결국 AI가 내리는 의사결정의 신뢰도를 높여, 현장의 물리적 안전과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표준화가 견인하는 제조 지능화의 새로운 지평
결국 피지컬 AI의 미래는 기술 간의 조화로운 협업과 표준화에 달려 있다. PI는 서로 다른 제조사의 기기들이 동일한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이미 완성했다. 슈미트 회장은 이제 기술 개발의 단계를 넘어 실제 현장에 적용하고 경험을 축적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선언했다. 향후 1년 내에 수집될 방대한 현장 경험 데이터가 이 표준 기술들과 결합한다면 산업 지형은 더욱 극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미래의 공장은 데이터가 스스로 지능을 완성하는 공간이다. 한국 산업계는 단순한 AI 알고리즘 도입이라는 결과론적인 접근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필드 데이터의 투명성과 무결성을 확보하기 위한 통신 표준 인프라 투자가 피지컬 AI 시대로 진입하기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데이터의 구조화와 표준화라는 기초 체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우리 산업 현장에도 돈이 되는 지능이 뿌리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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