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씨엔 우청 기자] 세포 치료제는 ‘기적의 항암제’로 불린다. 환자의 면역 세포를 추출해 강화한 뒤 다시 주입하여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이 방식은 효과가 탁월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가격’이다. 제조 과정 대부분이 숙련된 전문가의 수작업에 의존하다 보니 치료비가 수억 원을 호가한다. 사람의 손을 거치다 보니 오염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이 투입되었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반도체 공장처럼 정형화된 라인과 달리, 바이오 실험실은 변수가 많다. 시약 병의 위치가 미세하게 다르거나, 액체의 점도가 달라지면 로봇은 쉽게 에러를 일으킨다. 수억 원짜리 세포가 담긴 병을 로봇이 실수로 떨어뜨린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최근 엔비디아(NVIDIA)와 로봇 기업 멀티플라이 랩스(Multiply Labs)의 협력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은 로봇에게 일을 가르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꿨다. 핵심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 시뮬레이션(Simulation)이다.
과거에는 엔지니어가 로봇 팔의 좌표값(X, Y, Z)을 일일이 코딩하여 움직임을 제어했다. 이를 ‘티칭(Teaching)’이라 하는데, 복잡한 바이오 공정을 모두 코딩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하다가 사고가 날 위험도 크다.
엔비디아는 이 과정을 가상 세계로 옮겼다. ‘옴니버스(Omniverse)’라는 플랫폼 속에 현실의 실험실을 쌍둥이처럼 똑같이 구현했다. 그리고 로봇 시뮬레이션 툴인 ‘아이작 심(Isaac Sim)’을 이용해 가상의 로봇에게 수만 번의 연습을 시켰다.
이 가상 공간에는 현실과 똑같은 ‘물리 법칙’이 적용된다. 로봇 팔이 병을 너무 세게 쥐면 깨지고, 너무 빠르게 움직이면 액체가 쏟아진다는 것을 AI가 스스로 학습한다. 이를 통해 로봇은 최적의 모션 계획(Motion Planning)을 수립한다. 병을 집어 뚜껑을 열고, 배양액을 주입하고, 다시 닫는 일련의 복잡한 동작을 가상 세계에서 완벽하게 마스터한 뒤, 그 지능을 현실의 로봇에게 이식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심투리얼(Sim-to-Real)’ 기술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물리적인 시행착오 없이도 로봇은 즉시 현장에 투입되어 숙련된 연구원처럼 부드럽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엔지니어가 밤새워 코드를 짤 필요 없이, 시뮬레이션 속에서 AI가 찾아낸 최적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 하면 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은 단순히 보기 좋은 3D 모델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물리적 제약과 비용의 한계를 뛰어넘어, 로봇이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법을 가장 안전하고 빠르게 가르치는 ‘신병 훈련소’다.
세포 치료제 공정의 자동화는 이제 시작이다. 이 기술이 보편화되면 수억 원 하던 치료비가 획기적으로 낮아져 더 많은 환자가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로봇의 정교한 손놀림 뒤에 숨겨진 가상 세계의 수만 번의 연습, 그것이 바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미래 제조 기술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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