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심층분석] 스크린을 찢고 나온 AI, ‘피지컬(Physical)’을 입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이라는 보릿고개를 넘는 동안, 업계는 하드웨어(차체) 경쟁에서 소프트웨어(지능) 경쟁으로 전장을 옮겼다. 이번 CES는 인공지능이 더 이상 모니터 속의 비서가 아니라, 물리적 실체를 가지고 우리 삶에 개입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완성차의 빈자리 채운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바퀴 달린 로봇’이 정의하는 모빌리티의 신기원

[아이씨엔 오승모 기자] 지난 9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CES 2026’은 모빌리티 산업의 역사적인 변곡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화려한 신차 발표회는 사라졌고, 그 자리는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로봇과 AI가 채웠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보릿고개를 넘는 동안, 업계는 하드웨어(차체) 경쟁에서 소프트웨어(지능) 경쟁으로 전장을 옮겼다. 이번 CES는 인공지능이 더 이상 모니터 속의 비서가 아니라, 물리적 실체를 가지고 우리 삶에 개입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포하는 무대였다.

완성차의 퇴조와 테크 기업의 약진… ‘탈(脫) 자동차’ 가속화

올해 CES 모빌리티관(웨스트홀)의 풍경은 예년과 확연히 달랐다. 약 250개 업체가 참가했지만,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사들의 대형 부스는 자취를 감추거나 축소됐다. 대신 그 빈공간을 구글 웨이모, 아마존 죽스(Zoox) 같은 자율주행 플랫폼 기업과 엔비디아, 퀄컴, 모빌아이 등 반도체(SoC) 기업들이 장악했다.

이러한 변화는 모빌리티의 중심축이 ‘제조’에서 ‘서비스’와 ‘운영체제’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완성차 업체들 역시 정체성을 재정립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서 AI 로보틱스를 전면에 내세웠고, 일본 혼다는 소니와의 합작사인 ‘소니혼다모빌리티’를 통해 전자기기와 자동차의 경계를 허무는 데 집중했다. 이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전환이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방증한다.

“현실을 해킹하다”… 현대차 ‘모베드’, 로봇의 이동성을 재정의

이번 CES에서 가장 주목받은 하드웨어는 단연 현대차의 ‘모베드(MobED)’였다. 로보틱스 부문 ‘최고혁신상(Best of Innovation)’을 수상한 이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은 기존 로봇의 주행 한계를 기술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핵심은 ‘편심 휠(Eccentric Wheel)’과 ‘DnL(Drive-and-Lift)’ 기술이다. 네 개의 바퀴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차체의 높낮이와 기울기를 조절한다. 덕분에 계단이나 경사로,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본체는 흔들림 없이 수평을 유지한다. 마치 요가 마스터가 어떤 자세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과 같다.

  • 스펙 및 활용성: 너비 74cm, 길이 115cm의 크기에 최대 10km/h로 주행하며, 1회 충전 시 4시간 이상 달린다. 최대 적재량 57kg(프로 모델 기준)은 배송, 촬영, 서빙 등 라스트마일(Last-mile) 물류와 서비스 로봇 시장을 겨냥하기에 충분한 수치다.
  • 상용화 로드맵: 현대차는 올 1분기부터 모베드의 양산을 시작한다. 연구용 ‘베이직’ 모델과 자율주행 센서(라이다+카메라)가 탑재된 ‘프로’ 모델로 이원화하여, R&D 수요와 산업 현장 수요를 동시에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현대차가 로봇을 ‘미래 비전’이 아닌 ‘당장의 수익원’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자율주행 2.0: ‘꿈’에서 깨어나 ‘실리’를 챙기다

자율주행 기술은 뜬구름 잡는 ‘완전 자율주행(Level 5)’의 환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는 ‘레벨 2+ 및 레벨 3’ 고도화로 방향을 틀었다.

CES 2026의 화두는 ‘고성능 센서 융합(Sensor Fusion)’이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NXP 등은 악천후 속에서도 물체를 정확히 식별하는 4D 이미징 레이더와 차세대 라이다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이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인지 오류를 줄여 사고율을 낮추는 핵심 기술이다.

시장 분석가들은 “자율주행 업계가 무리한 기술 과시보다는, 대규모 실도로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학습시켜 시스템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이터 싸움’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딥루트닷에이아이, 헬름AI 등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들이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드웨어 스펙 경쟁을 넘어, 누가 더 효율적인 AI 모델로 주행 데이터를 처리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시장 전망: 피지컬 AI, 스크린을 찢고 나오다

CES 2026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AI에게 피지컬(육체)이 생겼다”는 것이다.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지난 몇 년간 언어와 이미지를 정복했다면, 이제는 그 지능이 로봇과 자동차라는 ‘몸’을 입고 물리적 세계(Physical World)로 넘어왔다. 이를 ‘피지컬 AI(Physical AI)’라 부른다.

  • 산업용 로봇의 진화: 시각 지능과 5G 네트워크로 무장한 로봇들은 이제 협소한 공장에서 인간과 부딪히지 않고 협업한다.
  • 일상의 로봇: 현대차 모베드처럼 우리 곁에서 택배를 나르고, 커피를 배달하는 로봇들이 일상이 된다.

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가장 크고, 가장 비싸며, 가장 복잡한 ‘바퀴 달린 로봇’이다. 2026년은 이 ‘피지컬 AI’들이 실험실 문을 박차고 나와, 도로 위와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원년이 될 수도 있다. 모빌리티 산업은 이제 제조업을 넘어, 로보틱스와 AI가 융합된 거대한 서비스 플랫폼 시장으로 재편될 조짐이다.

TSN 국제 표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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