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최초 ‘팹리스 아카데미’ 설립
인재 양성해 취약점 극복하고 전주기 생태계 완성한다
‘반도체 생산·인증’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췄지만 ‘설계(팹리스)’라는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던 부산시가 마침내 반도체 전주기 생태계 완성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다. 비수도권 최초로 반도체 설계 전문 인력을 직접 키워내 수도권에 쏠린 팹리스 산업의 불균형을 깨고, 기업이 찾아오는 도시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부산시는 22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팹리스산업협회, 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와 ‘부산 팹리스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부산 반도체 산업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꼽혔던 설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담대한 첫걸음이다.
국내 팹리스 산업은 99%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의 인재들이 역량을 펼칠 기회 자체가 부족했다. 반면 부산은 기장군에 위치한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생산(파운드리)과 인증 기반시설을 착실히 다져왔다. 이번 협약은 이처럼 반쪽짜리였던 생태계에 ‘설계’라는 두뇌를 이식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협약의 핵심은 ‘부산 팹리스 아카데미(BFA)’의 설립과 운영이다. 내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 부산인력개발원에서 시범 운영될 아카데미는 관련 학과 재학생과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연간 900시간에 달하는 실무 중심 설계 교육을 제공한다. 특히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설계 프로그램을 활용한 기업 연계 프로젝트를 병행해, 교육 수료 즉시 현장에 투입 가능한 맞춤형 인재를 연간 100명씩 배출한다는 목표다.
이번 협력 모델은 각 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했다. ▲부산시는 행정·재정 지원을 총괄하고 ▲대한상공회의소는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을 ▲팹리스산업협회와 전력소자산업협회는 기술 자문과 기업 유치, 채용 연계를 맡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부산시는 BFA를 통해 양성된 우수한 설계 인력이 기업 유치를 이끄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재를 따라 기업이 오고, 기업이 다시 인재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장기적으로는 부산에 팹리스 기업들이 모이는 전문 단지를 조성한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이준승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부산이 취약했던 반도체 설계 역량을 강화해 반도체 전주기 생태계를 완성하게 될 것”이라며 “BFA를 통해 양성된 인재들이 부산을 팹리스 기업이 찾아오는 도시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