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컨소시엄, 애경산업 4700억에 인수
애경은 ‘항공·화학’ 집중, 태광은 ‘소비재’로 신성장 동력 확보
[아이씨엔 오승모 기자] 국내 생활용품·화장품 산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 온 애경산업이 70년 만에 새 주인을 맞는다. 애경그룹은 그룹의 모태인 애경산업을 태광그룹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매각하며 항공과 화학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낸다. 반면 태광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K-뷰티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10월 20일 태광그룹과 애경그룹은 각각 이사회를 열어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매각 및 인수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1%로, 총 매매대금은 약 4700억 원이다.
인수 주체는 태광산업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다. 이 중 태광산업은 약 2350억 원을 투입해 지분 31.56%를 확보, 애경산업의 실질적인 주인이 된다. 양측은 21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모든 거래는 내년 2월 19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애경그룹이 그룹의 뿌리인 애경산업을 매각하기로 한 것은 유동성 위기 극복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한 과감한 결단이다. 애경그룹은 유통 및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으로 재무 부담이 커지자, 비주력 자산인 골프장 중부CC를 매각한 데 이어 핵심 계열사이자 그룹의 모태까지 매물로 내놓았다. AK홀딩스 측은 이번 매각 목적을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라고 명확히 했다.
반면, 섬유·석유화학 등 B2B 사업이 주력이었던 태광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B2C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본격 확장하게 됐다. 태광산업은 인수 목적으로 ‘K-뷰티 산업 진출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를 내세웠다. ‘AGE 20’s(에이지투웨니스)’, ‘루나’ 등 화장품 브랜드와 ‘케라시스’, ‘2080’ 등 탄탄한 생활용품 브랜드를 보유한 애경산업을 통해 글로벌 K-뷰티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태광그룹 계열사인 홈쇼핑 채널과의 시너지, 태광의 화학·소재 기술을 접목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태광산업은 이번 인수 계약과 별도로 거래 상대방인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에 총 2115억 원을 연 4.6%의 금리로 대여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애경그룹의 차입금 상환 등을 돕기 위한 조치로, 원활한 거래 종결을 위한 배려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