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6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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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2026년, 다시 도래한 ‘경쟁의 시대’: 벼랑 끝에 선 세계

WEF의 이번 분석은 우리 산업계, 특히 제조와 수출 중심의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위로 꼽힌 '지경학적 대립'은 단순히 외교적인 말싸움이 아니다. 이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무역 관세, 제재, 기술 통제 등 경제적 수단을 무기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WEF 보고서: 지경학적 갈등을 풀어내고, 기후 환경 문제에 집중해라

역사는 다른 옷을 입고 되풀이된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유럽의 강대국들은 식민지와 무역로를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당시 독일과 영국은 해군력을 키우며 대립했고, 각국은 동맹을 맺어 세력을 확장했다.

100년이 지난 2026년, 비슷한 경쟁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다만 형태가 달라졌을 뿐이다. 군함과 대포 대신 첨단 반도체가, 식민지 대신 핵심 기술이 패권을 가르는 무기가 되었다. 무역 제재와 관세 장벽이 새로운 봉쇄 전략이 되었고, 글로벌 공급망을 끊어내는 것이 현대판 경제 전쟁의 수단이 되었다.

지경학적 대립, 2026년 최대 위협으로 부상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2026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는 이러한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전 세계 전문가 1,3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18%가 ‘지경학적 대립’을 올해 가장 심각한 글로벌 위험으로 꼽았다. 이는 단순한 외교 갈등을 넘어선다.

지경학적 대립이란 경제적 수단을 국가 안보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중국의 AI 반도체 개발을 막기 위해 첨단 칩 수출을 금지했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제한해 전기차와 스마트폰 생산에 타격을 주었다. 유럽은 디지털세를 도입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압박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글로벌 경제의 혈관을 막고 있다. 과거 자유무역 시대에 기업들은 가장 효율적인 곳에서 부품을 조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나라 제품인가’가 ‘얼마나 좋은 제품인가’보다 중요해졌다.

[데스크 칼럼] 2026년, 다시 도래한 ‘경쟁의 시대’: 벼랑 끝에 선 세계
전 세계가 ‘협력’보다는 ‘대립’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이 최근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에 닥칠 가장 시급한 글로벌 리스크로 환경 문제가 아닌 ‘국가 간의 갈등’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18%는 지경학적 대립(Geoeconomic confrontation)을, 14%는 국가 기반 무력 분쟁(State-based armed conflict)을 2026년의 최대 위기로 지목했다. 이는 기후 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 현상(8%)이나 사회적 양극화(7%)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출처. WEF)

냉전과 다른 새로운 질서

과거 냉전 시대에는 두 개의 거대한 이념으로 나뉘어 대립했다. 그러나 2026년의 세계는 다극화되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 인도 등 여러 세력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며 복잡하게 얽혀 있다.

문제는 공통의 규칙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제 역할을 못 하고, 국제법은 무시되기 일쑤다. 각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협력보다 경쟁을 택한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 갈등도 쉽게 확전될 수 있다. 실제로 보고서는 ‘국가 기반 무력 충돌’을 지경학적 대립 다음으로 심각한 위험으로 지목했다.

기술이 만든 새로운 위협

경제 갈등만이 문제는 아니다. 기술 발전, 특히 AI의 급속한 확산이 예상치 못한 위기를 낳고 있다. 생성형 AI는 텍스트, 이미지, 영상을 실제처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기술은 교육과 의료에 혁신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를 대량 생산하는 도구가 되었다.

딥페이크 기술로 만든 가짜 영상은 정치인의 발언을 조작하고,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극단적인 의견만 증폭시킨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사회는 점점 더 분열된다.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기 어려워진 사회는 민주주의의 토대가 흔들린다.

WEF 보고서는 ‘잘못된 정보와 허위 정보’를 주요 위험 중 하나로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판단력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 체계를 무너뜨리는 구조적 위협이다.

기후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

경제와 안보 문제가 주목받는 사이,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WEF는 각국 정부가 당장의 지정학적 갈등에 매몰되어 기후 대응에 소홀해지는 것을 경고한다.

극한 기상 현상, 생물다양성 손실, 생태계 붕괴는 10년 후를 내다봤을 때 가장 심각한 장기 위험으로 남아 있다. 2024년은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고(2024년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이 기후 변화의 임계점으로 불리는 1.5°C를 처음으로 연간 단위에서 초과한 해로 기록됨), 2026년에도 이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가들은 탄소 감축 약속보다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

협력이라는 오래된 해법

2026년 세계는 마치 20세기 초를 재현하는 듯하다. 그러나 역사는 교훈을 남겼다. 제1차 세계대전은 극단적 경쟁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낳는지 보여주었다.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경제는 붕괴했다.

전쟁 후 인류는 국제연맹을 만들어 협력을 시도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탄생한 유엔과 국제 협력 체제는 70년 넘게 대규모 전쟁을 막아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다. 반도체 공급망 문제는 한 나라가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후 위기는 국경을 넘어선 공동의 적이다. 허위 정보 문제도 국제적인 규제와 협력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

WEF 보고서가 강조하듯, 지경학적 갈등을 해소하고 기후 문제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각자도생의 벼랑 끝에서 줄타기를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함께 다리를 놓을 것인가. 2026년 인류는 다시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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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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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이야기를 만드는 "테크 스토리텔러". 아이씨엔 미래기술센터 수석연구위원이며, 아이씨엔매거진 편집장을 맡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데이터에 기반한 혁신 기술들을 국내 엔지니어들에게 쉽게 전파하는데 노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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