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Chasm)을 돌파할 ‘마법의 칩’ SiC…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선택한 초격차 효율의 비밀

[아이씨엔 오승모 기자] 최근 글로벌 전기차(EV) 시장이 일시적인 수요 정체 상태인 ‘캐즘(Chasm)’ 구간에 진입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최전선에서는 이를 돌파하기 위한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실리콘 카바이드(SiC)’라 불리는 차세대 전력 반도체가 있다. 특히 정교한 엔지니어링과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켜온 유럽 자동차 업계가 SiC를 미래 경쟁력의 핵심으로 낙점하면서, 산업의 판도는 급격히 재편되는 양상이다.
효율의 한계를 넘어선 ‘꿈의 소재’
그동안 전기차의 심장 역할을 해온 것은 전통적인 실리콘(Si) 기반 전력 반도체였다. 하지만 실리콘은 열에 취약하고 전력 변환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 손실을 유발한다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SiC는 탄소(C)와 규소(Si)가 결합된 와이드 밴드갭(WBG) 소재다.
SiC의 밴드갭 에너지는 약 3.26 eV로, 일반 실리콘 1.12 eV보다 3배가량 넓다. 이는 실리콘보다 10배 높은 전압을 견디면서도 스위칭 손실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SiC를 탑재한 인버터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여, 배터리 용량을 늘리지 않고도 주행거리를 7~10%가량 늘리는 혁신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800V 고전압 시대와 유럽의 프리미엄 전략
유럽의 완성차 제조사들이 SiC에 열광하는 이유는 포르쉐, BMW, 아우디 등이 주도하는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800V 시스템은 20분 내외의 초급속 충전을 가능케 하여 전기차의 최대 약점인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또한, SiC는 열전도율이 우수해 무겁고 복잡한 냉각 시스템을 간소화할 수 있다. 이는 차량 경량화와 내부 공간 확보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유럽 시장이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중심으로 SiC 채택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테슬라와 중국의 공세에 맞서 ‘기술적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SiC 주권’ 확보를 위한 공급망 재편
과거 아시아와 미국에 의존했던 반도체 수급 체계를 유럽 내부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유럽 전력 반도체의 맹주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와 인피니언은 ‘유럽 반도체법’의 지원 아래 대규모 생산 기지를 증설하고 있다.
특히 ST가 이탈리아 카타니아에 구축 중인 SiC 통합 캠퍼스는 소재 생산부터 모듈 조립까지 전 공정을 수직 계열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ST와 유럽투자은행(EIB)이 체결한 10억 유로 규모의 협약은 단순한 투자를 넘어 유럽의 ‘반도체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다.
8인치의 벽을 넘어 대중화 시대로
SiC의 유일한 걸림돌이었던 높은 가격도 공정 혁신으로 극복되고 있다. 현재 업계는 기존 150mm(6인치) 웨이퍼에서 200mm(8인치) 웨이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8인치 공정이 본격화되면 웨이퍼당 칩 생산량이 약 1.8~2배 늘어나 생산 단가를 대폭 낮출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26년을 기점으로 SiC가 프리미엄 차종을 넘어 보급형 전기차 시장까지 빠르게 침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유럽이 주도하는 전력 반도체의 혁명은 단순한 부품 교체를 넘어 전기차 산업의 표준을 다시 쓰는 과정이다. 탄소 배출 규제와 에너지 효율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SiC라는 작은 반도체가 일으키는 파동은 전 세계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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