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에서 ‘지성’으로, 유압에서 전동으로… 아틀라스의 진화가 시사하는 파괴적 혁신
글_ 오승모 아이씨엔 미래기술센터 수석연구위원
현대차그룹이 CES 2026을 통해 던지는 “실험실을 넘어 삶으로(Beyond Labs into Life)”라는 화두는 로보틱스 산업의 패러다임이 ‘기술 과시’에서 ‘실질적 이행’으로 완전히 넘어왔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번에 실물이 공개되는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All New Atlas)’는 로봇 공학의 역사에서 내연기관이 전기차로 전환되는 것에 비견될 만한 기념비적 사건이다.
엔지니어링의 세대교체: ‘짐승의 힘’에서 ‘빛의 제어’로
과거 유압식 아틀라스는 인간의 심장과 혈관을 모사하여 좁은 공간에서도 강력한 ‘출력 밀도(Power Density)’를 자랑했다. 덕분에 공중제비와 같은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가능했지만, 소음과 누유, 그리고 복잡한 유압 배관으로 인한 관절 가동 범위(Range of Motion)의 제약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
현대차그룹이 선택한 전동식으로의 전환은 단순히 동력원을 바꾼 것이 아니라, ‘힘(Force)’의 시대에서 ‘제어(Control)’의 시대로의 전환 진입을 의미한다. 전동식 모터는 유압 특유의 지연(Delay) 없이 빛의 속도로 신호를 전달하며, 0.001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밀 제어를 가능케 한다. 이는 거친 펌프 소음이 사라진 정숙한 환경에서 로봇이 인간의 동반자로서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공학적 토대가 된다.
아래 2개의 영상을 동시에 플레이 한 후에 함께 시청하면, 새로운 아틀라스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작업 동작이 한결 섬세해진 것은 물론이다.
생물학적 제어의 탈피: “인간을 닮되, 인간을 초월한다”
새로운 전동식 아틀라스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기괴함’으로도 표현되는 360도 무한 회전(Infinite Rotation) 능력이다. 인간의 형상(Form Factor)을 가졌지만, 인간의 동작 한계에 갇히지 않겠다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설계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 무한 회전의 효율성: 좁은 공정 통로에서 뒤에 있는 물건을 집을 때, 인간은 발을 떼어 몸을 돌려야 하지만 아틀라스는 상체만 180도 회전하면 된다.
- 공간 및 시간 최적화: 이러한 ‘초월적 동작’은 작업 속도를 극대화하고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무력화한다.
- 기술적 구현: 복잡한 유압 호스 대신 전선과 ‘슬립 링(Slip Ring)’을 활용함으로써 전선 꼬임 없는 무한한 기동성을 확보했다.
표. 유압식(Hydraulic) vs 전동식(Electric) 로봇 구동 기술 비교
| 구분 | 유압 구동 방식 (Hydraulic) | 전동 구동 방식 (Electric) |
| 핵심 원리 | 파스칼의 원리 (Pascal’s Principle) 고압 오일의 압축력을 이용 | 로렌츠의 힘 (Lorentz Force) 자기장 내 전류의 상호작용 이용 |
| 출력 밀도 | 매우 높음. 작은 실린더로 거구의 몸체를 들어올리는 폭발적 힘 발휘 | 보통. 초기에는 약했으나 최신 고밀도 모터와 감속기 기술로 유압식 추월 중 |
| 제어 정밀도 | 유체의 흐름 지연(Latency)으로 인해 미세한 위치 제어에 한계 존재 | 매우 높음. 전기 신호의 즉각적 반응으로 서브밀리초 단위의 정밀 제어 가능 |
| 가동 범위 | 제약적. 복잡한 유압 호스 꼬임 문제로 인간의 관절 범위 내로 한정 | 무한함. 슬립 링(Slip Ring) 적용 시 전선 꼬임 없이 관절 360도 무한 회전 가능 |
| 유지보수 | 오일 누유 리스크 및 복잡한 배관 시스템으로 유지보수 난이도 높음 | 전선 중심의 단순 구조로 내구성이 뛰어나며 유지보수가 용이함 |
| 정숙성 | 고압 펌프 구동 시 발생하는 특유의 기계 소음(슉슉거림)이 큼 | 모터 구동음(Whirring)만 발생하는 수준으로 매우 정숙함 |
| 상용화 적합성 | 실험실 내 기술 과시 및 고중량 작업에 특화 | 인간과의 협업(Cobot), 일상 서비스, 양산형 스마트 팩토리에 최적 |
(출처. 아이씨엔 미래기술센터)
SDF(소프트웨어 정의 공장), 로보틱스 생태계의 ‘뇌’
로봇이 진화된 ‘근육’이라면, 이를 구동하고 학습시키는 ‘뇌’는 SDF(Software Defined Factory)다. 현대차그룹은 하드웨어 설비 교체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공정을 최적화하는 SDF를 AI 로보틱스의 거대한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단순한 로봇 판매에 있지 않다. SDF라는 실제 제조 환경에서 로봇의 시행착오를 데이터화하고, 이를 다시 로봇의 AI 모델에 반영하는 ‘데이터 선순환(Virtuous Cycle)’ 아키텍처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로봇이 현장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숙련도를 높이는 구조를 만들어, 전 세계 밸류체인에 즉시 이식 가능한 ‘제조 솔루션’을 창출하는 핵심 경쟁력이 된다.

연구실에서 현장으로 나서는 휴머노이드
현대차그룹이 CES 2026에서 야심차게 내놓을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유압식에서 전동식으로 진화한 것은 단순히 부품의 교체를 넘어, ‘짐승과 같은 야성적 출력’의 시대에서 ‘지능적이고 정밀한 제어’의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연구실에서 백덤블링을 하며 가능성을 보여주던 ‘체조 선수’ 아틀라스는, 이제 현대차 공장에서 부품을 나르고 인간과 협업하는 ‘숙련된 노동자’로 진화한 것이다. 실험실의 문은 열렸고, 이제 로봇은 우리 산업의 생산 지도를 바꾸는 ‘디지털 혈관’으로서 우리 삶의 일부가 될 준비를 마쳤다.
[저자 소개]
오승모 | 아이씨엔 미래기술센터 수석연구위원

1993년부터 30년 넘게 산업 자동화 현장을 누비며 전문적인 취재 활동을 펼쳐온 베테랑 분석가다. 1990년대 초반, 필드버스(Fieldbus)를 통한 디지털 통신 기술이 산업 현장에 도입되는 변화에 주목하여 기술 확산과 국내외 표준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006년에는 산업용 통신 네트워크 전문 매체인 ‘아이씨엔매거진(ICN Magazine)’을 창간해 현재까지 편집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씨엔 미래기술센터 수석연구위원으로서 제조업 디지털 트윈,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 로보틱스, 전력전자, 모빌리티 등 첨단 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심도 있는 리포트를 통해 업계에 비즈니스 전략과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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