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사이트테크놀로지스, 스파이런트 커뮤니케이션즈 인수 공식 완료
경쟁자 비아비(VIAVI), 4.25억 달러에 알짜 사업부 인수
[아이씨엔 오승모 기자] 글로벌 테스트 및 측정(T&M) 장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빅딜’이 마침내 마무리됐다. 키사이트테크놀로지스가 네트워크, 사이버보안, 포지셔닝 분야의 강자인 스파이런트 커뮤니케이션즈(Spirent Communications plc) 인수를 공식 완료했다.
총 인수 금액은 약 11억 6천만 파운드, 한화로 약 2조 원(미화 약 14억 6천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5G, 자율주행, 위성 통신 등 차세대 기술 테스트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키사이트의 과감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사티시 다나세카란 키사이트 CEO는 “키사이트의 설계, 에뮬레이션, 테스트 전문성과 스파이런트가 강점을 가진 위성 에뮬레이션, 포지셔닝, 네트워크 자동화 역량이 결합됐다“며, “고객에게 더욱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전략 실행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인수의 의미를 밝혔다.

M&A 경쟁의 이면: 비아비(VIAVI)의 역습
하지만 이번 인수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승자 독식’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2조 원 규모의 거대 M&A는 미국 법무부(DOJ),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SAMR) 등 주요국 규제 당국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했다.
규제 당국은 키사이트와 스파이런트의 결합이 시장 독과점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 일부 사업부 매각을 인수 승인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매각 대상이 된 사업부는 스파이런트의 핵심 중 하나인 고속 이더넷, 네트워크 보안, 채널 에뮬레이션 부문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알짜 사업부를 인수한 기업이 다름 아닌 비아비 솔루션즈(VIAVI Solutions)라는 사실이다. 비아비는 당초 스파이런트 인수를 두고 키사이트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장본인이다.
M&A 시장 동향에 따르면, 비아비는 당초 약 13억 달러 규모로 스파이런트 인수를 추진했으나, 키사이트가 14억 6천만 달러라는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인수전’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규제 당국의 개입으로 상황은 반전됐다.
결과적으로 비아비는 스파이런트 전체 대신, 자사의 사업 전략과 시너지가 가장 큰 고속 이더넷 등 핵심 사업부를 4억 2500만 달러(약 5900억 원)만으로 인수하게 됐다. 인수전에서는 패했지만, 규제 리스크를 활용해 더 적은 비용으로 원하는 자산을 확보하는 실리를 챙긴 셈이다.
T&M 시장, 삼각 구도 재편
이번 거래는 T&M 시장의 복잡한 역학 관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키사이트는 2조 원을 투입해 스파이런트의 핵심인 위성 및 포지셔닝 기술을 확보하며 미래 시장에 대한 투자를 감행했다. 반면 비아비는 인수전의 경쟁자에서 핵심 자산의 인수자로 돌변하며, 이더넷 테스트 분야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모든 규제 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스파이런트의 주식은 10월 17일부로 런던증권거래소(LSE)에서 상장 폐지됐다. 비아비에 매각된 사업부를 제외한 스파이런트의 남은 조직과 재무 실적은 키사이트의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그룹(Communications Solutions Group)으로 통합, 운영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