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CEO, 국내 ’26만 장 GPU 공급’ 발표
삼성·SK하이닉스와 차세대 파운드리 생산 가시화 평가

[아이씨엔 오승모 기자] 전 세계 AI 산업의 ‘심장’인 GPU(그래픽 처리 장치)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2025년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향후 GPU 공급 전략에 대한 중대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이번 발언은 단순한 반도체 수급 문제를 넘어, AI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과 각국의 미래 산업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AI 인프라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젠슨 황 CEO의 발언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AI 병목현상’, 26만 장 공급과 파운드리 협력으로 풀린다
젠슨 황 CEO는 경주 APEC 포럼의 기조연설에서 “AI 혁명은 이제 시작이며, 이 혁명을 뒷받침할 컴퓨팅 파워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는 이어 “현재의 GPU 공급 부족 현상은 전례 없는 수요 급증에 따른 ‘성장통'”이라고 진단하며, “엔비디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PEC 회원국들을 포함한 핵심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대폭 강화해, 보다 탄력적이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젠슨 황 CEO는 이번 포럼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구체적으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26만 장에 달하는 대규모 GPU 공급 계획을 공개해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규모 공급 약속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생산을 위한 삼성전자와의 파운드리 협력 및 SK하이닉스와의 HBM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는 신호탄이며, 신규 GPU에 대한 파운드리 생산이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AI 인프라의 고질적인 병목 현상을 해소하는 동시에, 국내 반도체 생태계와의 협력을 한 차원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AI 주도권과 ‘GPU 외교’의 파장
젠슨 황 CEO의 APEC 발언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이것이 단순한 기업 전략 발표가 아닌, ‘기술’이 ‘외교’와 ‘안보’의 영역이 된 현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AI 기술의 우위가 곧 국가 경쟁력이 된 상황에서, ‘AI의 쌀’인 GPU 공급은 미국의 대(對)중국 기술 견제 전략의 핵심입니다.
APEC이라는 다자 외교 무대에서 ‘안정적 공급’과 ‘파트너십’을 강조한 것은, 동맹국 중심의 AI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미국의 큰 그림과 궤를 같이합니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한국, 대만, 일본 등 핵심 파트너 국가들에게 ‘안정적인 GPU 공급’과 ‘생산 협력’이라는 구체적인 당근을 제시하며 AI 기술 동맹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명확합니다. 단기적으로 26만 장이라는 막대한 물량은 국내 AI 기업들의 숨통을 확실히 트여줄 것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엔비디아와의 파운드리 및 HBM 협력이 강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이 AI 시대의 핵심 생산 기지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엔비디아 중심의 생태계가 더욱 강화되는 ‘종속’ 문제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합니다.
결국 젠슨 황 CEO의 이번 경주 APEC 발언은 전 세계 AI 시장에 ‘공급 안정’이라는 희망을 줌과 동시에, ‘GPU를 가진 자’가 AI 패권의 룰을 정한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습니다. 국내 기업들 역시 단기적인 공급난 해소와 생산 협력에 안주하지 않고, 자체 AI 반도체(NPU) 개발과 기술 자립을 위한 근본적인 고민을 더욱 깊게 해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