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B 로보틱스 전격 인수한 소프트뱅크
ARM-오픈AI 잇는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

[아이씨엔 오승모 기자] 소프트뱅크가 스위스 기술 대기업 ABB의 로보틱스 사업부를 7조 7000억 원($53억 7500만 달러)에 인수하며 AI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 ‘빅딜’은 단순한 M&A를 넘어, 손정의 회장이 천명한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를 열기 위한 핵심 퍼즐로, AI의 경쟁 무대가 가상 세계를 넘어 현실 세계의 ‘행동’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ABB와 소프트뱅크는 지난 10월 8일 ABB 로보틱스 사업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초 ABB는 로보틱스 사업부의 분사 상장을 계획했으나, 소프트뱅크의 제안이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거래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2026년 중·하반기에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 인수로 소프트뱅크는 AI, 반도체, 로봇으로 이어지는 꿈의 기술 삼각편대를 완성하게 됐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칩 설계 기업 ARM과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전 세계 53개국에 생산 거점을 둔 산업용 로봇 강자 ABB 로보틱스가 결합되면서, AI가 설계하고(오픈AI), 반도체가 연산하며(ARM), 로봇이 실행하는(ABB) 완벽한 통합 생태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소프트뱅크의 다음 목표는 피지컬 AI”라며 “ABB 로보틱스와 함께 인공 초지능(ASI)과 로보틱스를 융합해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획기적인 진화를 실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가 소프트뱅크가 자체 R&D 대신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즉시 내재화해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한다. 10년 전 로봇 ‘페퍼’ 이후 잠시 멈췄던 손 회장의 로봇 비전이 피지컬 AI라는 더 큰 그림과 함께 재가동된 셈이다.
한편, ABB는 이번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핵심 사업인 전기화(Electrification)와 자동화(Automation) 분야에 더욱 집중하며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