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8일, 목요일

[칼럼] USB-C가 가져온 편리함, 이제 아프리카의 우물가로

산업 현장의 ‘개방형 표준’에서
인류를 위한 ‘보편적 기술’로..
경계를 허무는 유니버설 테크놀로지

[아이씨엔 오승모 편집장]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도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오픈 유니버설 기술’의 편리함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노트북 할 것 없이 이제는 단 하나의 ‘USB-C’ 타입 충전기로 대부분 해결됩니다. 제조사가 달라도, 기기가 달라도 ‘표준’이라는 약속 아래 자유롭게 연결되는 세상이죠. 몇년전 까지만해도 어려운 문제였죠? 삼성갤럭시와 애플아이폰은 충전방식이 달랐습니다. 또 다른 모바일 기기들도 대부분 독자적인 충전방식을 채택했었지요.

저는 지난 칼럼에서 이 놀라운 변화가 거대한 공장과 첨단 자동차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는 이 기술의 여정이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넓고 따뜻한 곳을 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아프리카의 우물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밀림, 그리고 몽골의 광활한 초원입니다.


오픈 유니버설 테크놀로지
복잡한 공장의 어려운 기술도 누구나 쉽고 간판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기술로 발전할 수 있다

산업 현장의 벽을 허무는 ‘표준’의 힘

먼저 ‘유니버설 기술’의 시작점을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과거 산업 현장은 A사의 로봇은 A사의 제어기하고만, B사의 센서는 B사 시스템에서만 작동하는 ‘폐쇄적인 생태계’였습니다. 이는 기업을 특정 제조사에 종속시키고, 기술 도입이나 설비 구축 비용을 높이는 원인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개방형 표준’입니다. 제조공장 및 화학 플랜트에서 디지털 필드버스(Fieldbus)라는 블록형 오픈기술이 등장하면서, 산업 기술 발전의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이제는 스마트 공장을 위한 핵심기술로 성장해 산업용이더넷이나 OPC-UA, 이더넷-APL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반도체 산업의 SECS/GEM 통신 규약을 비롯해, 최근 현대모비스, ADI 등이 참여해 출범한 자동차 영상 전송 기술 표준화 협회 ‘OpenGMSL’ 도 대표적인 개방형 표준 기술입니다.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와 부품이 하나의 ‘공통 언어’로 소통하게 되면서, 기업들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유연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혁신을 가속하고 공급망을 안정시키는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기술의 온기, 소외된 곳곳을 밝히다

놀라운 점은, 이 ‘장벽을 허문다’는 유니버설 기술의 철학이 이제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산업 현장의 ‘효율’을 넘어, 인류의 ‘생존’ 문제를 해결하는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 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유니버설’은 단순히 데이터 규격의 통일이 아닌, ‘누구나, 어디서든 쉽게 사용하고 수리할 수 있는 보편성’을 의미합니다.

아프리카의 수많은 마을에는 선진국에서 기부한 고장 난 물 펌프들이 흉물처럼 방치되어 있습니다. 부품을 구하기 어렵고, 수리 기술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유니버설 펌프’입니다. 이 펌프들은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전거 부품이나 낡은 자동차 부품을 활용하고, 특별한 공구 없이도 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설계도가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누구나 제작법을 배우고 개선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일회성 원조가 아닌, 지속 가능한 식수 확보의 길을 열어주는 진정한 의미의 ‘유니버설 기술’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에너지 분야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전력망이 닿지 않는 아마존 밀림 지대나 몽골 유목민의 게르에 빛을 선물하는 것은 거대한 발전소가 아닙니다. 바로 모듈형 태양광 설비입니다. 패널, 배터리, 제어기의 연결 단자를 표준화하여 마치 레고 블록처럼 쉽게 조립하고 확장할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한 부품이 고장 나도 그 부분만 교체하면 되고, 필요에 따라 패널을 더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몽골은 연간 일조량이 2600~3300시간에 달해 태양광 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심지어 작은 개울의 힘을 전기로 바꾸는 소규모 수력발전기도 유니버설 기술로 제공됩니다. 복잡한 댐 건설 없이, 물살이 있는 곳에 간단히 설치하여 마을의 전등 몇 개와 라디오를 켤 수 있는 소중한 전력을 생산합니다. 이 기술들 역시 수리가 용이하고 현지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는 ‘적정 기술’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미래를 여는 열쇠, ‘오픈소스’와 ‘지속가능성’

첨단 공장의 자동화 표준에서 아프리카의 물 펌프로, 유니버설 기술의 여정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기술의 진정한 발전은 단순히 더 빠르고 더 복잡해지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오래도록, 더 이롭게’ 쓰일 수 있는 보편성을 확보하는데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오픈소스(Open Source)’ 정신이 있습니다.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공유함으로써 집단 지성을 통해 더 빠르고 강력한 혁신을 이끌어내는 방식입니다. 산업계의 개방형 표준과 개발도상국을 위한 적정 기술은 바로 이 ‘오픈소스’라는 철학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산업 기술의 세계에 뛰어든 미래의 엔지니어들에게는 무한한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지식과 열정은 최첨단 AI 팩토리를 설계하는 데에도, 네팔의 산골 마을에 불을 밝힐 소수력 발전기를 개발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기술의 경계를 넘어 인류의 삶에 직접 기여하는 ‘유니버설’한 마인드를 기본으로 갖춘 기술 개발자와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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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아이씨엔매거진에서 발행되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아이씨엔매거진(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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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모 기자
오승모 기자http://icnweb.kr
기술로 이야기를 만드는 "테크 스토리텔러". 아이씨엔 미래기술센터 수석연구위원이며, 아이씨엔매거진 편집장을 맡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데이터에 기반한 혁신 기술들을 국내 엔지니어들에게 쉽게 전파하는데 노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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