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의 ‘열(Heat)과의 전쟁’… 액침 냉각과 AI 기반 에너지 최적화가 해답

2024년과 2025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되었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어선 이 시기, 산업 현장은 단순히 “덥다”는 차원을 넘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외부 온도가 오르면 기계와 설비는 더 쉽게 과열된다. 이를 식히기 위해 냉각 장치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전력 소비는 폭증한다. 공장과 데이터센터, 발전소 엔지니어들에게 지난 2년은 그야말로 ‘열과의 전쟁’이었다. 기후 변화가 물리적인 설비 운용에 어떤 타격을 주었는지, 그리고 엔지니어들은 어떤 기술로 이 위기를 돌파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전력망의 위기: 뜨거워지면 전기도 잘 안 통한다
여름철에 전력 수요가 급증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송배전 효율의 저하이다. 전선과 변압기 같은 전력 인프라(Power Infrastructure)는 온도가 올라가면 저항이 커진다. 저항이 커지면 전기를 보내는 도중에 사라지는 손실도 늘어난다.
실제로 2024년 폭염 당시, 일부 국가에서는 송전선의 온도가 너무 올라가 전선이 늘어지고, 변압기가 과열되어 터지는 사고가 빈번했다. 이 때문에 발전소에서 전기를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공장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고온 초전도 케이블이나, 실시간으로 전력망의 상태를 감시하고 제어하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기술이 필수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딜레마: AI 붐과 폭염의 이중고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바로 ‘AI 데이터센터’다. 챗GPT나 제미나이(Gemini) 같은 생성형 AI를 돌리기 위해서는 수만 대의 고성능 GPU(그래픽 처리 장치)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 칩들이 엄청난 열을 뿜어낸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에어컨 바람을 불어넣어 식히는 공랭식(Air Cooling)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외부 기온이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는 차가운 공기를 만드는 것 자체에 막대한 전기가 들어간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셈이다. 2025년 일부 데이터센터는 냉각 용량 부족으로 서버 가동을 강제로 멈추기도 했다.

게임 체인저의 등장: 물속에 서버를 빠뜨리다
그래서 등장한 혁신 기술이 바로 액침 냉각(Immersion Cooling)이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용액(비전도성 액체) 속에 서버를 통째로 담가버리는 방식이다.
공기보다 액체는 열을 전달하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목욕탕 물이 공기보다 훨씬 빨리 내 몸을 데우거나 식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 기술을 쓰면 거대한 에어컨 실외기가 필요 없어지고, 전력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2024년부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신규 데이터센터에 이 기술을 대거 채택하기 시작했다.
AI로 AI를 식힌다: 디지털 트윈 기반 에너지 최적화
하드웨어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기술도 진화했다. 공장이나 빌딩의 에너지 흐름을 가상 공간에 똑같이 복제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AI를 적용해 “내일 오후 2시에 폭염이 절정에 달할 테니, 오전 10시부터 미리 냉각수를 순환시켜 건물을 식혀두자”는 식의 예측 제어를 수행한다. 이러한 솔루션들은 2025년 폭염 속에서도 공장의 에너지 효율을 20% 이상 높이는 성과를 증명했다.
기후 위기는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이다. 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다스리느냐(Thermal Management)가 기업의 제조 원가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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