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예측부터 신약 개발까지, 의료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디지털 복제 기술의 현재와 미래
글_ 브랜든 루이스(Brandon Lewis)
지난 몇 년간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그 가치를 입증해 왔다. 정교하게 설계된 이 가상 모델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복잡한 시스템의 동작을 예측하며, 핵심 성과 지표(KPI)의 유의미한 개선을 이끌어내고 있다.
현재 제조, 자동차, 항공우주 산업 전반에 이 기술이 적용되고 있지만, 디지털 트윈의 가장 큰 잠재력은 헬스케어와 생명과학 분야에서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바로 ‘가상 인간 트윈(Virtual Human Twins, 이하 VHTs)’이다. VHT는 수술 계획 수립부터 의생명 연구, 질병 예방에 이르기까지 의료의 전 영역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초고도화된 가상 트윈인 VHT의 생성 과정과 활용 사례, 그리고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기고]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의 새로운 개척지, 가상 인간 트윈(VHT) [기고]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의 새로운 개척지, 가상 인간 트윈(VHT)](https://icnweb.kr/wp-content/uploads/2026/01/Mouser_Virtual-Human-Twins-Are-the-Next-Frontier-in-Personalized-Healthcare-web.png)
디지털 트윈과 가상 인간 트윈의 진화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시스템, 객체 또는 프로세스를 가상 공간에 구현한 모델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개별 구성 요소의 모델링에서 시작해, 이들을 결합하여 더욱 복잡한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1]. 이렇게 생성된 가상 복제본은 실제 시스템과 주변 환경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신하며 진화하고, 이를 통해 예측 모델링에 필요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창출한다.
VHT는 이를 인체에 적용한 것으로, 개별 세포부터 조직, 장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신체를 정교하게 구현한 디지털 트윈이다[2]. VHT는 단순한 생물학적 특성뿐만 아니라 환경적·행동적 요인과 그 상호작용 과정까지 포괄한다. 예를 들어, 심장 전문의는 환자의 심장 VHT를 활용해 고콜레스테롤 식단과 운동 부족이 향후 10년간 해당 환자의 심장에 어떤 병리학적 변화를 초래할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VHT 기술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어 전신을 완벽하게 시뮬레이션하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3]. 그러나 개별 장기나 특정 신체 부위에 국한된 디지털 트윈은 이미 임상 시험 단계에 진입했으며, 실제 환자 치료 현장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4].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023년 12월, ‘가상 인간 트윈 이니셔티브(Virtual Human Twins Initiative)’를 출범하며 VHT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EU 내 분산된 VHT 생태계를 통합하고 연구를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까지 약 1억 1천만 유로가 투자되었으며, 조만간 2천만 유로 이상의 추가 투자가 계획되어 있다[5].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도 이와 유사한 국책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다[6],[7].
가상 인간 트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론적으로 VHT의 생성 과정은 고도화된 산업용 디지털 트윈 구축 방식과 유사하며, 크게 다섯 단계로 구분된다[8].
- 초기 데이터 수집: 의료 기록, 웨어러블 기기, 생체 인식 센서, 연동된 의료 시스템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개인의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 데이터 처리: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 알고리즘을 활용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통합한다.
- 모델 생성: 처리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트윈의 대상이 되는 세포, 조직, 장기의 정밀한 3D 모델을 생성한다.
- 실시간 데이터 동기화: 가상 트윈이 신체 기능, 행동 패턴, 환경 요인을 시뮬레이션하는 동안 실제 신체의 실시간 정보를 지속적으로 입력받는다.
- 예측 모델링 활용: AI 기반 분석을 통해 잠재적 건강 상태를 예측하고, 환경 변화의 영향을 평가하며, 응급 상황 경고 및 신약 부작용 예측 등을 수행한다.
하지만 인간의 신체와 행동을 모델링하는 것은 최첨단 산업 시스템을 다루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정보공학적 난제를 동반한다. 단 하나의 장기를 모델링하더라도 거시적인 기능부터 미세한 세포 단위의 반응까지 수십억 개의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부학적·생물학적 다양성으로 인해, 특정 개인을 기반으로 생성된 VHT를 타인에게 일괄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생물학적 특성이 유사한 두 사람이라도 동일한 약물에 서로 다르게 반응할 수 있으며,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행동과 환경적 요인이 더해지면 복잡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는 곧 VHT 구현에 고도화된 AI 모델과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2023년 개발된 인간 심장 디지털 트윈의 경우, 약 10억 개의 공간 자유도(spatial degrees of freedom)를 가진 모델이 필요했다. 단 한 번의 심장 박동을 연산하는 데 NVIDIA A100 가속기 8대로 약 12시간이 소요됐으며, 사후 분석을 위해 생성된 데이터만 8TB에 달했다[9].
데이터 수집 또한 넘어야 할 산이다. 헬스케어 데이터는 산업용 데이터보다 훨씬 민감하므로, VHT 구축에 필요한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 및 처리는 개인정보 보호, 보안,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규제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완벽한 디지털 복제를 위해서는 세포 단위의 실시간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현재의 생체 인식 기술로는 이러한 규모와 깊이의 데이터를 포착하는 데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10].
다행히 이러한 장벽을 극복할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EU의 이니셔티브 외에도 NASA를 비롯한 북미의 여러 기관이 고도화된 VHT 기술 개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11]. 이러한 노력은 데이터 소유권과 활용 권한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포함해, 더욱 견고하고 현대적인 데이터 보호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매년 와트당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으며, 나노봇과 같은 신기술이 인체 내부의 표적화된 실시간 데이터 수집을 가능케 하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적 접근을 넘어 가장 중요한 과제는 VHT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교육 확대다. 이를 통해 R&D를 촉진하고 도입 비용과 같은 현실적인 장벽을 낮춰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가상 인간 트윈의 잠재적 활용 사례
VHT는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의학 교육, 생의학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예측적 · 선제적 의료의 실현 질병의 조기 발견은 신속한 개입과 치료 예후 개선의 핵심이다. VHT 모델은 치료가 필요한 시점을 사전에 경고하고, 치료 후의 결과를 예측함으로써 선제적 의료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만성 질환 환자에게 VHT는 자신의 질병과 치료 옵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며, 능동적인 건강 관리를 돕는다. 웨어러블 기기는 현재의 수면 패턴이나 심박수 모니터링을 넘어, VHT와 결합하여 인체 내부 메커니즘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이를 통해 편두통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거나 퇴행성 질환의 발병 시점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나아가 VHT는 공중보건 관리에도 기여할 수 있다. 보건 당국은 이를 통해 질병 확산 경로를 추적하고 고위험군을 식별할 수 있으며[12], 실시간 데이터와 결합된 VHT는 미래의 팬데믹을 예방하고 감시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환자 경험의 혁신 환자가 진료실에서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쏟는 대신, 의사가 이미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맞이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의사는 웨어러블 기기의 실시간 데이터와 환자의 가상 트윈을 분석하여, 진료 시작 전에 문제의 원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환자는 다양한 치료 옵션의 결과를 미리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다. 의사는 통계적인 부작용 목록을 나열하는 대신, 예측 모델링을 통해 특정 약물이 환자에게 미칠 반응을 시각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원격 의료(Telehealth) 분야에서의 파급력은 더욱 크다. 그동안 원격 진료는 직접적인 촉진(Palpation)이나 청진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으나, VHT와 원격 IoT 의료 기기가 결합되면 의사는 환자의 생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13].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
VHT는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연구자들에게는 질병 모델링부터 신약 및 의료기기의 가상 임상시험(In Silico Trials)까지 수행할 수 있는 강력한 역량을 제공한다. 또한 의료 정책 입안자들은 새로운 법안이나 제도가 공중보건에 미칠 영향을 시각적으로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AR/VR 기술과 결합된 몰입형 VHT 교육은 의대생과 의료 전문가들에게 실제와 유사한 실무 경험을 제공하여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다.
결론
가상 인간 트윈(VHT)은 임상 연구와 환자 치료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헬스케어의 도약을 의미한다. 기술적·제도적 과제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인류의 건강 증진이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이 기술의 미래는 매우 밝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장이나 자동차를 실시간으로 디지털 공간에 복제한다는 개념은 공상과학(SF)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 된 것처럼, VHT가 궁극적인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의 문을 여는 것 역시 시간문제일 뿐이다.
참고문헌
[1] https://www.mouser.com/applications/digital-twinning-types/
[2] https://digital-strategy.ec.europa.eu/en/policies/virtual-human-twins
[3] https://wired.me/science/human-digital-twins/
[4] https://www.technologyreview.com/2024/12/19/1108447/digital-twins-human-organs-medical-treatment-drug-trials/
[5] https://digital-strategy.ec.europa.eu/en/policies/virtual-human-twins
[6] https://scc-ccn.ca/resources/case-studies/digital-twin-initiative-providing-new-opportunities-canadian-innovators
[7] https://www.nsf.gov/funding/opportunities/fdt-biotech-foundations-digital-twins-catalyzers-biomedical
[8] https://www.mouser.com/applications/digital-twins-offer-insight/
[9]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3-34098-8
[10] https://wired.me/science/human-digital-twins/
[11] https://iacis.org/iis/2024/4_iis_2024_287-298.pdf
[12] https://www.explorationpub.com/Journals/edht/Article/10113
[13] https://www.explorationpub.com/Journals/edht/Article/10113
저자소개

브랜든 루이스(Brandon Lewis)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딥테크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스토리텔러, 테크니컬 라이터로 활동하며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를 취재해 왔다. 그의 주요 관심 분야는 임베디드 프로세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를 중심으로 한 전자 시스템 통합, IoT·인더스트리 4.0 구축, 그리고 엣지 AI 활용 사례다.
또한 그는 숙련된 팟캐스터이자 유튜버이며, 행사 진행자와 컨퍼런스 발표자로도 활동해 왔다. 여러 전자공학 전문 무역·기술 매체에서 편집장과 기술 편집장을 역임한 경력도 갖고 있다. 대규모 B2B 기술 분야 청중에게 영감을 주지 않을 때면, TV를 통해 피닉스 지역 스포츠 팀을 ‘코치’하는 것이 그의 또 다른 일상이다.
제공: 마우저일렉트로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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