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로봇에서 휴머노이드까지
글로벌 로봇 시장의 주도권 경쟁 가속화
[아이씨엔 오승모 기자] 스위스의 글로벌 산업기술 기업 ABB가 자사의 로보틱스 사업부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로봇 시장의 중심축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인수 금액은 53억 7,500만 달러(약 7조 7,000억원)으로 알려졌으며, 거래는 2026년 중순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 인수로 ABB는 로봇 분야를 포기하는 대신 전기화 및 자동화 중심의 사업 구조에 집중하게 되고, 소프트뱅크는 AI와 반도체, 로봇의 ‘삼각 생태계’를 완성하게 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번 인수를 두고 “다음 단계는 피지컬 AI이며, ABB 로보틱스와 함께 인공지능이 행동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AI와 로봇의 결합, ‘행동하는 지능’으로의 진화
소프트뱅크는 이미 로봇 전문 지주사 ‘로보HD(Robo HD)’를 설립해 버크셔그레이(Berkshire Grey), 스킬드AI, 애자일 로보틱스(Agile Robots) 등 10여개의 로봇 기업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킨 상태다. 여기에 ABB 로보틱스가 더해지면 산업용 로봇의 하드웨어 역량과 AI 기반의 판단·제어 기술이 결합돼, 말 그대로 ‘행동하는 AI’의 기반이 완성된다.
이러한 전략은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반도체 설계 기업 ARM과 오픈AI 지분을 통한 소프트웨어 자산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려는 ‘피지컬 AI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AI가 생성한 생산 설계 데이터가 로봇의 물리적 움직임으로 구현되는, 완전한 지능형 자동화 생태계 구축이 목표다.
글로벌 로봇 시장의 패권 이동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를 단순한 자산 거래가 아닌 글로벌 로봇 패권 교체의 상징적 사건으로 본다. 산업연구원 박상수 연구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로봇산업이 본격적인 수익 단계에 진입하면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인수합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소프트뱅크는 로봇 기술 내재화를 위한 최단 경로로 세계 일류 기업을 직접 사들였다”고 진단했다.
비슷한 전략은 이미 주요 글로벌 기업에서도 진행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하며 공장 자동화와 물류 로봇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중국 메이디(Midea)는 2016년 독일 쿠카(KUKA)를 인수해 AI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글로벌 로봇 시장은 산업 자동화와 함께 서비스 로봇, 협동로봇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은 2032년까지 연평균 19.2% 성장해 약 9,9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며, 협동로봇 시장 역시 2034년 10.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지컬 AI’로 향하는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
이번 인수의 근본적 의미는 ‘AI의 행동화’다. 텍스트나 언어처리에 머물렀던 생성형 AI가 실제 산업 현장의 복합 데이터를 인식하고 로봇을 통해 직접 실행하는 물리적 지능으로 진화하고 있다.
피지컬 AI는 제조 현장의 불량 검출, 에너지 효율화, 물류 자동화, 안전 제어 등에서 스스로 판단·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발전하며, 이는 기존 자동화 시스템을 ‘지능형 산업 인프라’로 전환시키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로봇 시장의 세력 구도 또한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은 테슬라·메타·애플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산업화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중국은 유니트리(Unitree), 애지봇(Agibot) 등 중저가 양산형 로봇으로 대중화를 확산 중이다.
시장 전망: 로봇 산업의 ‘플랫폼 전쟁’
ABB 로보틱스 인수를 계기로 소프트뱅크는 AI·반도체·로봇을 잇는 통합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ARM을 통한 칩 설계, 오픈AI를 통한 학습·언어지능, 그리고 ABB 로봇을 통한 물리 제어까지 연결되는 구조는 로봇이 단순 자동화 장비가 아닌 “지능형 디지털 워커(Intelligent Digital Worker)”로 기능하는 시대를 앞당길 것이다.
아이씨엔 미래기술센터는 이번 인수에 대해 “소프트뱅크가 로봇 산업의 ‘AI 현장화(AI-on-Field)’를 가장 먼저 실현할 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향후 글로벌 경쟁은 규모보다 생태계 확장력, 즉 AI 플랫폼과 로봇 하드웨어의 결합 속도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소프트뱅크의 ABB 로보틱스 인수는 AI 시대의 제조·로봇 산업 구조를 크게 재편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산업 자동화, 물류, 헬스케어, 서비스 분야 전반에서 ‘AI의 행동화’가 가속화되며, 글로벌 로봇 산업은 이제 ‘지능형 피지컬 AI 생태계’ 경쟁으로 접어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