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4일, 화요일

[칼럼] 빌 게이츠가 던진 ‘지속가능성’ 화두, 우리는 무엇을 배울까

이번 주(2025년 8월), 기술 낙관론자이자 세계적인 자선사업로 잘 알려진 빌 게이츠(Bill Gates)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의 방문은 단순한 유명 인사의 방한을 넘어,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과제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그의 깊은 고민과 해법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로 세상을 바꿨던 그가 이제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살아갈 지구를 아프게 하지 않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행동해야 할까요?

원전, 소형화와 모듈화가 답이다

이번 방한에서 빌 게이츠가 가장 힘주어 이야기한 분야 중 하나는 바로 에너지였습니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 산업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하면서 동시에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제시했습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SMR의 미래 가능성을 역설했습니다. 그가 설립한 차세대 원전 기업 ‘테라파워’에 SK, HD현대 등 국내 기업들이 투자한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과의 회동에서도 테라파워 경영진을 대동하고 SMR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과거 핵발전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의 비극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그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인류의 진보를 이끌 기술 혁신이 기후위기라는 더 큰 재앙을 막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의 행보는 우리에게 ‘과거의 실패에 얽매여 새로운 가능성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물론, 안전성 확보는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과제일 것입니다. 그러나 기후위기라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서, 모든 가능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치열하게 논의하고 검증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스마트 시티 이미지
(image. by Gemini)

‘글로벌 보건’ 협력, K-바이오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다

빌 게이츠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수십 년간 전 세계 공중 보건 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습니다. 그의 이번 방한은 한국의 뛰어난 바이오 기술력과 만났을 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글로벌 보건 문제에 대한 협력을 논의하고,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은 기업들과 백신 개발 및 팬데믹 대비를 위한 파트너십을 재확인했습니다.

특히 그는 한국 정부에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늘려 GAVI(세계백신면역연합), 글로벌 펀드와 같은 국제 보건 기구에 대한 기여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돈을 더 내라’는 요구가 아닙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장한 한국의 독특한 경험과 위상을 바탕으로, 국제 사회에서 더 큰 책임과 리더십을 발휘해달라는 주문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감염병이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인류 전체의 건강이 곧 우리의 건강이라는 ‘원헬스(One Health)’의 관점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경험이 인류애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길을 빌 게이츠는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술 스토리텔러가 바라본 ‘빌 게이츠의 방식’

오랜 기간 산업 기술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수많은 혁신 기술의 흥망성쇠를 지켜봐 왔습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위대한 기술은 언제나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치열한 고민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빌 게이츠는 바로 그 ‘문제 해결사’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그는 눈앞의 이익이 아닌,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거대한 문제(기후위기, 질병, 빈곤)를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그리고 그 해결을 위해 기술 혁신(테라파워), 자본 투자(브레이크스루 에너지), 그리고 국제적 협력과 정책 제언(게이츠 재단)이라는 세 가지 축을 유기적으로 활용합니다. 이는 어느 한가지 방법만으로는 복잡하게 얽힌 현대 사회의 난제를 풀 수 없다는 깊은 통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의 행보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영감을 줍니다. 정부는 과감한 R&D 투자와 국제 협력을 통해 혁신 기술의 마중물을 부어야 합니다. 기업은 단기적 이익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각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술과 정책적 논의에 관심을 갖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일상에서 실천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빌 게이츠의 2025년 여름, 그의 방문이 남긴 것은 단순한 화제가 아닌,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미래를 향한 행동에 나서게 하는 강력한 ‘지속가능성의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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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
우청 기자
우청 기자http://icnweb.co.kr
아이씨엔 매거진 테크니컬 에디터입니다. 산업용사물인터넷과 디지털전환을 위한 애널리틱스를 모아서 뉴스와 기술기사로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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