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공간 넘어 실세계로… 로봇·드론·자율주행 등 ‘피지컬 AI’ 융합 프로젝트 시동

인공지능(AI)이 모니터를 뚫고 나왔다. 챗봇과 생성형 AI가 디지털 세계를 평정했다면, 이제는 현실의 물리적 공간을 제어하는 ‘물리적 AI(Physical AI)’의 시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1월 27일 AI 기술력을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 등 하드웨어에 이식하는 ‘물리적 AI 기반 혁신 제품 개발 지원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기계에 AI 칩을 심는 것을 넘어, AI가 센서를 통해 상황을 인지하고 액추에이터(구동기)를 통해 물리적으로 개입하는 ‘행동하는 AI’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뇌(SW)와 근육(HW)의 결합, 엔지니어링 난제 푼다
그동안 국내 AI 산업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치중된 경향이 있었다. 반면 로봇 등 하드웨어 산업은 기계적 제어 기술에 집중해 왔다. 과기정통부의 이번 지원은 이 두 영역의 ‘미스매치(Mismatch)’를 해소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핵심은 융합이다. 지원 사업은 ▲고난도 조립 작업을 수행하는 다관절 로봇 ▲복잡한 도심을 비행하는 자율 드론 ▲사람과 협업하는 서비스 로봇 등 실제 현장에서 물리적 과업을 수행하는 제품 개발에 집중된다.
엔지니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확하다. 가상 환경에서 학습한 AI 모델을 현실 세계의 불확실성(마찰, 중력, 조명 변화 등)에 적응시키는 ‘심투리얼(Sim-to-Real)’ 기술의 구현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고성능 컴퓨팅 자원과 실증 테스트베드를 제공하여 기술적 장벽을 낮출 계획이다.
글로벌 트렌드 ‘엠바디드 AI’, 골든타임을 잡아라
이번 정책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최근 스탠퍼드 대학교가 발표한 ‘이머징 테크놀로지 리뷰’에서도 AI 두뇌를 탑재한 ‘엠바디드 AI(Embodied AI)’를 미래 10대 핵심 기술로 선정한 바 있다.
구글, 테슬라,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 공장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국내의 우수한 제조 인프라와 통신 네트워크, 그리고 AI 기술력을 결합한다면 물리적 AI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물리적 AI를 지목했다. 위험하고 반복적인 노동을 지능형 로봇이 대체하고, 인간은 관리와 창의적 업무에 집중하는 산업 구조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엔지니어의 무대가 넓어진다
물리적 AI의 부상은 엔지니어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이제 코딩만 잘해서는 부족하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모터의 토크와 센서의 노이즈를 이해해야 하고, 기계 엔지니어는 신경망 알고리즘과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알아야 한다.
정부의 지원 사격은 시작됐다. 이제 현장의 엔지니어들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AI’의 테스트베드로 만들 차례다.
[용어 정리]
- 물리적 AI (Physical AI): 컴퓨터 화면 속의 데이터 처리를 넘어, 로봇이나 드론 같은 하드웨어를 통해 실제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고 영향을 미치는 인공지능.
- 엠바디드 AI (Embodied AI): ‘신체를 가진 AI’라는 뜻으로, 물리적 신체(로봇 등)를 통해 환경을 감지하고 학습하며 행동하는 AI 시스템. 물리적 AI와 유사한 개념으로 쓰임.
- 심투리얼 (Sim-to-Real): 시뮬레이션(가상) 환경에서 학습한 AI 모델을 실제(Real) 물리 환경에 적용할 때 발생하는 성능 저하(Reality Gap)를 극복하고 최적화하는 기술.
- 액추에이터 (Actuator): 시스템을 움직이거나 제어하는 데 쓰이는 기계 장치. 모터, 유압 실린더 등이 있으며 로봇의 ‘근육’ 역할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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