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I, 2028년까지 300mm 팹 장비 투자 전망 발표
AI 칩 수요와 공급망 재편이 쌍끌이

[아이씨엔 오승모 기자] 인공지능(AI) 혁명이 반도체 산업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글로벌 전자 산업 공급망을 대표하는 SEMI는 최신 ‘300mm 팹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전 세계 300mm 팹(Fab, 반도체 생산공장) 장비 투자액이 총 3,740억 달러(약 516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AI 기술 구현에 필수적인 고성능 반도체 수요 폭증과 각국의 반도체 공급망 자국화라는 두 개의 거대한 흐름이 맞물린 결과로, 전례 없는 투자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SEMI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300mm 팹 장비 투자는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한 1,070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러한 성장세는 계속 이어져 2026년 1,160억 달러, 2027년 1,200억 달러를 거쳐, 2028년에는 1,380억 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된다.
아짓 마노차(Ajit Manocha) SEMI CEO는 “AI 기술 수요 폭증과 주요 지역의 자체 제조 역량 강화라는 두 흐름 속에서 반도체 산업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며, “300mm 팹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데이터센터, 엣지 디바이스, 그리고 디지털 경제 전반의 발전을 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가 이끄는 부문별 투자 전쟁: 로직과 메모리의 쌍두마차
이번 투자를 주도하는 것은 단연 AI 반도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로직 반도체 부문이 2026년부터 3년간 총 1,750억 달러의 투자로 전체 시장을 이끌 전망이다. 이는 AI 연산의 핵심인 두뇌 역할을 하는 칩으로, 파운드리 기업들은 2나노(nm) 이하의 초미세 공정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핀펫(FinFET) 구조의 한계를 넘어설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와 백사이드 파워 딜리버리 같은 첨단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SEMI는 1.4nm 공정 기술이 2028년에서 2029년 사이에 양산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뒤를 잇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 역시 총 1,36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예상되며 새로운 성장 사이클의 시작을 알렸다. 세부적으로는 D램에 790억 달러, 3D 낸드에 560억 달러가 투자될 전망이다. 특히 AI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D램 투자를 견인하고 있으며, AI 추론 과정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디지털 콘텐츠를 저장하기 위한 3D 낸드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지역별 투자 경쟁 본격화
기술 경쟁과 더불어 반도체 자급자족을 위한 각국의 정책적 지원은 지역별 투자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 중국은 자국 생태계 발전 정책에 힘입어 3년간 940억 달러를 투자하며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은 860억 달러 투자로 2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생성형 AI 수요에 대응하는 핵심 생산 기지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 대만은 750억 달러를 투자해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주로 2nm 이하 첨단 공정에 집중해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 미국은 AI 응용 수요 대응과 산업 고도화를 위해 600억 달러를 투자하며 4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 외에도 일본(320억 달러), 유럽·중동(140억 달러), 동남아시아(120억 달러) 역시 정부의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에 힘입어 2028년까지 장비 투자가 2024년 대비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AI가 촉발한 기술 혁신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반도체 산업에 전례 없는 투자를 이끌며 미래 기술의 지형도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