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포석: 리퀴드쿨링과 AI 데이터센터의 미래
[아이씨엔 우청 기자] 에너지 관리와 자동화 분야의 글로벌 선두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이 2024년 10월 전격적으로 모티브에어(Motivair) 인수를 발표했다. 그리고 1년 만에 본격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모티브에어 인수는 단순히 냉각 제품군을 보강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시대를 지탱할 차세대 기술 인프라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으로 해석됐다.
AI 팩토리 시대, 가속화되는 전력·열 관리 위기
AI 모델의 파라미터 수와 연산 집약도는 해마다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전력 밀도는 과거 평균적인 10~15kW 수준에서 140kW 이상 수준으로 급격히 변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단일 랙에서 1MW에 이르는 초고밀도 환경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변화는 전통적인 공랭 방식의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팬과 공기 흐름에 의존하는 방식은 차세대 GPU와 CPU가 발생시키는 폭발적인 열 부하를 더 이상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한다. 그 결과 업계는 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비 규제 압박까지 받으며, 리퀴드쿨링이 ‘기술 대안’에서 ‘산업 필수’로 격상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모티브에어 인수, 슈나이더의 선제적 포석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일찍 포착하고, 고밀도 리퀴드쿨링 기술을 보유한 모티브에어 인수를 통해 시장 대응력을 강화했다. 모티브에어는 이미 전 세계 슈퍼컴퓨터 시장, 특히 상위 10대 슈퍼컴퓨터 중 6대를 냉각하는 데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으며, 엔비디아(NVIDIA) 최신 하드웨어 인증을 획득한 기업이다.
이로써 슈나이더는 단순 장비 공급자가 아닌, AI 및 HPC 데이터센터 전용 열 관리 솔루션의 산업 표준 제안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종합 포트폴리오 공개, 시장 본격 진입
인수 발표 1년 만에 슈나이더가 공개한 리퀴드쿨링 솔루션 라인업은 그 깊이와 폭에서 업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 쿨런트 분배 유닛(CDU): 차세대 CPU·GPU용으로 105kW에서 최대 2.5MW까지 지원, 초대형 AI 팩토리 환경 대응
- 리어도어 열교환기(RDHx): 랙 밀도 75kW 수준의 적용 가능성, HPC 환경에서 유연성 제공
- 액체-공기 열 해소 유닛(HDU): 제한된 수자원 환경에서 100kW 열 제거, 엔비디아 NVL144 아키텍처 지원
- 다이내믹 콜드 플레이트: 칩 직접 냉각으로 발생 지점에서 열 제거
- 프리쿨링 칠러 및 TCS: 메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물·에너지 사용량 대폭 절감
여기에 슈나이더의 EcoStruxure 플랫폼을 통해 소프트웨어 기반 최적화가 더해졌다. 이는 하드웨어와 운영, 관리 시스템까지 결합된 ‘엔드투엔드 열 관리 생태계’를 형성해, 고객사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트렌드: 리퀴드쿨링의 산업적 위상 변화
리퀴드쿨링이 산업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배경에는 세 가지 주요 트렌드가 자리하고 있다.
칩 제조사 수준 검증: GPU·CPU 제조 단계에서 열 관리를 고려해 검증된 냉각 솔루션이 시장에서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하드웨어 생태계와 냉각 기술이 점차 통합되는 흐름이다.
메가와트급 확장성 요구: AI 팩토리,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등장으로 리퀴드쿨링은 모듈화·확장성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지속 가능성과 규제 압력: 글로벌 시장에서 에너지 절감·탄소 배출 절감 압박이 강화되면서, 물·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리퀴드쿨링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아이씨엔 미래기술센터 오승모 수석연구위원은 ““리퀴드쿨링은 단순히 AI 데이터센터의 열을 잡는 기술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과 지속 가능성, 나아가 국가 단위 인프라 전략까지 직결되는 차세대 핵심 기술”이라고 평가하고, “슈나이더의 모티브에어 인수는 기술적 필요를 넘어 산업 패러다임을 선점하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파급 효과와 전망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모티브에어를 인수함으로써 기술력뿐 아니라 서비스 역량까지 보강했다. 전 세계 600명 이상의 현장 HVAC 전문가와 글로벌 파트너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도의 설치 및 유지관리 서비스를 글로벌 단위로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에게 단순한 장비 구매 이상의 안정성과 운영 보증을 제공한다.
향후 슈나이더는 기술 검증, 포트폴리오 확장성, 글로벌 서비스 역량을 세 축으로 삼아 AI 데이터센터 열 관리 시장의 주도권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와의 협력이 이어지면서, 슈나이더가 ‘차세대 AI 인프라 열 관리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리퀴드쿨링, AI 시대의 인프라 표준
모티브에어 인수를 완료한 것은 올해초다. 불과 반 년 만에 슈나이더 일렉트릭을 리퀴드쿨링 분야 글로벌 리더의 지위로 끌어올렸다. 슈나이더의 이번 행보는 단순 기업 확장이 아니라 AI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산업 대전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미래 전략적 기반에 가깝다.
향후 AI 및 HPC 워크로드의 폭발적인 증가세 속에서,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리퀴드쿨링의 글로벌 확산을 사실상 주도할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할 것이며, 이는 곧 전 세계 IT 인프라 산업 전반의 기술 트렌드에도 장기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