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이 제조업 IIoT(산업용사물인터넷) 확산으로 이어져
2014년은 사물인터넷(IoT)이 광범위하게 출현하는 시기였다. 이제 2015년은 사물인터넷이 각 산업별로 고객군을 찾아 나서 솔루션으로 정립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정보통신 및 소비가전 분야에서의 사물인터넷이 의료, 식음료, 자동차, 스마트 빌딩&홈 분야로 분화되었으며, 제조업분야에 정착해 산업용 사물인터넷(Industrial IoT)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산업용 사물인터넷은 제조업에 적용된 사물인터넷 기술로써 스마트 제조의 핵심기술로 성장하고 있다. 2015년에는 B2C 시장에서의 사물인터넷 제품 및 솔루션이 고객 및 제자리 찾기에 나서는 것과 함께, B2B 시장에서의 새로운 솔루션으로 산업용 사물인터넷이 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사물인터넷의 B2B 시장으로 불리는 산업용 사물인터넷은 특히 글로벌 마켓에서 본격 논의가 시작된 ‘Industry 4.0(인더스트리4.0)’, ‘커넥티드 엔터프라이즈’, ‘산업용 인터넷’, ‘스마트 제조’로 대표되는 제조산업 분야에서의 혁신기술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산업용사물인터넷(Industrial IoT; IIoT)
매켄지 컴퍼니(McKinsey & Company)에 의해 정의된 신조어인 “사물인터넷(IoT)”은 센서(sensor)나 액추에이터(actuator) 등을 어떤 사물에 집적하여 전세계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매켄지는 2025년까지 사물인터넷은 5조~7조 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금액적으로는 차이가 있으나, 가트너(Gartner)도 오는 2020년까지 사물인터넷이 1조 9천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사물인터넷이 제조업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 동의한다. 가장 먼저,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산업 인터넷 (Industrial Internet)’은 더 많은 제품간 통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제품 자체의 기능뿐 아니라 부수적인 기능까지 더 빠른 속도로 제품의 기능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초기 단계 제품의 계획, 개발, 생산 공정,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가 더욱 복잡해졌지만, 더 이른 시간 이내에 제품을 개발, 완제품화하여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제조업자만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체 자동 진단 기능을 탑재한 세탁기를 생각해보자. 세탁기 자체에 문제가 발견되면,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자동으로 제조업자에게 수리, 보수가 필요함을 알리게 되고, 필요한 부품 등을 미리 주문하게 된다, 전문 수리업체를 통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사전의 모든 과정을 계획해주는 시스템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과정은 제조업체가 고객에게 만족할 만큼의 신속한 처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고객은 제조업체와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회사는 부품의 재고 관리가 쉽고, 유지, 보수 등의 사후관리를 위해 여러 번 고객을 방문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산업분야에서 상용화해 사용되는 ‘산업 인터넷’ 뿐만 아니라, 개방형 국제 표준기술로 발전한 ‘산업용 이더넷(Industrial Ethernet)’ 기술도 어떻게 스마트 제조를 위해 활용할 것인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산업용 이더넷은 상용 인터넷과 달리 제조라인에서의 실시간성과 고가용성을 확보한채로 이더넷 연결성을 제공하는 표준기술이다. 프로피넷(Profinet), 이더넷아이피(EtherNet/IP), 이더넷 파워링크(Ethernet POWERLINK), 씨씨링크 아이이(CC-Link IE), 이더캣(EtherCAT), 라피이넷(RAPIEnet), 파운데이션 필드버스(Foundation Fieldbus) 등이 산업용 이더넷 국제 표준 기술이다.
예를 들어 보자면, 유럽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프로피넷(Profinet)의 경우 제조라인에서의 실시간 정보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에너지 외에도 세이프티(Safety)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이들 산업용 이더넷 기술들은 대부분이 기계장비, 자동화 시스템 및 플랜트에서의 기능안전성을 제공하고 있다.
왜, 스마트 제조여야 하는가!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소비자 요구가 점차적으로 개성화되고 계층화되면서 요구되는 제품도 빠른 제품 출시 주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또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강요한다. 이에 제조업의 자동화를 넘어 커넥티드 스마트 팩토리와 네트워크로 연결된 스마트 제조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더구나 생산 자체의 자동화에 머물지 않고, 제품 기획에서 개발, 부품조달, 생산, 공급, 마케팅, 영업, 서비스에 이르는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 전 과정에 걸친 일관된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나가고 있다. 더하여 고객과의 피드백도 동시에 이 시스템에 연결시켜 나가고 있다. 이를 스마트 제조(Smart Manufacturing)로 정의해야 할 것이다.
오승모 아이씨엔 대표는 왜 ‘스마트 제조’이어야 하는가를 설명하면서, “제품 라이프 사이클 전과정과 고객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하나의 네트워크된 시스템으로 통합한 형태가 ‘스마트 제조’다.”라고 강조한다. 또한 “일부에서는 스마트 팩토리(스마트 공장), 커넥티드 스마트 팩토리(CSF; Connected Smart Factory) 등으로 강조하기도 하고 있으나, 이는 제품 생산 자체에 사고의 폭을 스스로 가두어 버리는 오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정부의 접근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정부에서는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스마트 제조를 위한 지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이것도 ‘전자정부 3.0’ 및 독일의 ‘Industry 4.0’에 대한 차용 용어에 불과하다. 더구나 소위 ‘제조업 혁신 3.0 전략’으로 추진되는 프로젝트들이 제조업 전반에 걸친 네트워크로 연결된 산업용 사물인터넷을 접목한 ‘스마트 제조’가 아니라 단순한 기계 가공 기술과 물류시스템, MES 구축 사업에 머물고 있다. 이는 기존에 진행해왔던 중소기업 기술지원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일축했다. 특히 이 프로젝트 수행 업체들이 스마트 팩토리와 스마트 제조에 대한 개념도 부족하고, 솔루션도 미흡한 상태에서 제조업체에 대한 지원을 수행한다는 구상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스마트 공장에 대한 새로운 방안으로 ‘CSF 기본 계획안’을 수립했다. 2020년까지 CSF 창조 경제 인프라 구축, CSF 핵심 기술 경쟁력 확보, CSF 12,000개 일자리 창출, 1,500개 팩토리 적용과 50개 CSF 히든 챔피언 육성을 목표로 하겠다는 구상이다. CSF(Connected Smart Factory)는 고객 주문, 설비 고장 등 외부 환경 변화에 공장내 기기들이 즉각 반응하여 자율적으로 최적 솔루션을 제안하는 사이버 물리 시스템(CPS) 기반 지능형 생산 개념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존의 스마트 팩토리에서 한단계 진화된 개념이라는 것이 미래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시스코의 커넥티드 팩토리와 보쉬의 스마트 팩토리를 단순 합성해서 급조한 듯한 용어에 불과하다. IT 솔루션과 자동화 솔루션 공급업체들의 용어를 차용하는 것이 큰 오류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은 이제 국내에 한정된 기술 흐름으로 시작하고 끝낼 프로젝트가 아니기에 숙고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과 관련하여 글로벌 환경에서 기술적인 논의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여기에서 표준화에 대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도 진행될 것이다. 제조업의 사물인터넷 도입을 통한 스마트 제조 분야에서도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논의 과정과 용어 정리, 기술 표준화 수행 현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검토하고 채용하는 것이 순서이다.
스마트 제조, 국제 표준화 활동 현황
현재 스마트 팩토리, 산업용 사물인터넷, 사이버 물리시스템, 스마트 제조 분야에서의 글로벌 표준화 논의는 IEC를 중심으로 ‘스마트 제조’로 정리되고 있다. 최근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구성된 ‘IEC SG8 Industry 4.0 – Smart Manufacturing’ 전략그룹은 지난 11월 싱가폴에서 첫 회의를 가진 바 있다. 이 전략그룹은 ‘스마트 제조’로 용어를 정립하고 있는 중이다. IEC SG8의 의장인 알렉스 맥밀란(Alex McMillan; 로크웰 오토메이션 소속)은 ‘스마트 제조를 위한 로드맵 문건을 포함한 전략그룹 활동 보고를 2016년 프랑크프루트 IEC 총회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통해 세계 각국의 스마트 제조 관련 기술 및 표준화 추진 현황과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독일은 ‘Industry 4.0’ 및 표준화 활동에 대해서 발표했다. 미국은 스마트 제조 분야에 대한 NIST 차원의 표준화 활동은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으나, 산업 인터넷 컨소시엄(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이 민간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고, 디지털 제조 및 디자인 혁신 협회(DMDII)가 미국 정부와 산학연이 연합해 설립됐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IoT in Manufacturing을 발표하고, 일본은 스마트 제조의 데이터 모델과 관련된 표준화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중국은 SEARI를 통해 정보(IT)와 산업(Industry)의 융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한양대학교 홍승호 교수를 비롯해 2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홍승호 교수는 국내 스마트 제조 정책과 관련하여 산업부에서 추진중인 ‘제조업 혁신 3.0 전략’과 미래부의 ‘CSF’ 방안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특히 IEC SG8 전략그룹은 현재 활발하게 사물인터넷(IoT) 아키텍처 프레임워크 국제 표준화 활동을 추진하고 있는 IEC P2413와 상호협력을 추진할 전망이다.
홍승호 교수는 “IEEE P2413에서는 어플리케이션 도메인으로 제조 분야 뿐만 아니라 에너지, 리테일, 홈&빌딩, 헬스케어, 메디컬, 로지스틱스, 모빌리티 등 모든 분야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 분야에서 요구되는 실시간성, 고가용성, 안전성, 보안성 등을 만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IEC SG8을 중심으로 제조 분야에서 요구되는 제반 사항을 IoT 아키텍처 프레임워크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승호 교수는 스마트 제조의 핵심기술은 사물인터넷(IoT)와 CPS(Cyber Physical System)이라고 밝혔다. 현재 IoT는 IEC P2413에서 아키텍처 프레임워크라는 기본적인 표준을 작성하고 있으나, CPS에 대한 국제 표준화 작업은 아직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CPS에 대한 국내에서의 연구도 적극 추진될 가치가 있다.
현실 검증이 먼저 이뤄져야
오승모 아이씨엔 대표는 “스마트 제조는 아직 국제적인 용어 표준과 로드맵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간을 정해두고 조급하게 국가 기술 로드맵을 도출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정부에서 추진되는 미래부, 산업부 양 조직간의 로드맵 도출 경쟁을 우려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국가 자체가 독일 지멘스라는 한 기업에 너무나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주체 기업인 지멘스를 통해서 단순하게 인더스트리 4.0 프로젝트를 그대로 국내의 스마트 제조 정책에 카피해서 구상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지적이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마르쿠스 아이젠하우어(Markus Eisenhauer) 박사는 최근 방한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과 EU의 ‘호라이즌 2020(HORIZON 2020’, 그리고 EU-멕시코간 스마트 제조 프레임워크 프로젝트를 국내에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마르쿠스 아이젠하우어 박사는 ‘인더스트리 4.0’을 수행하기에 앞서, 독일 제조업의 강점과 약점을 먼저 찾는 프로젝트가 진행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프로젝트가 구상되었다고 밝혔다.
OECD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혁신도는 38.3%로 독일의 83.0%와 커다란 격차를 보인다. 프랑스(56.1%), 일본(50.4%)과도 큰 차이가 있다. 때문에 스마트 제조를 바라보는 처방전도 달라야 한다. 해외 선진 사례를 연구하고 모범사례로 삼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무조건 해외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그대로 카피해서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심도있게 검증하는 프로젝트가 국내에서도 먼저 수행되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오윤경 기자 news@icnwe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