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HHI)의 대우조선해양(DSME) 인수를 통한 합병에 빨간불이 켜졌다. 합병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지난 2019년 3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합병과 관련하여 양사 조선 계열사를 관리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는 등 속도감 있는 합병일정을 추진해 왔다.
조선해양분야는 대부분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관련 시장에서의 합병 선결조건으로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필요하다. 이에 총 6개 국가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으며,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으로부터는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EU, 일본에서는 아직 승인을 얻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EU로부터 합병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현대중공업지주(HHIH)와 대우조선해양(DSME)의 합병에 대해 LNG선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합병 금지 결정을 채택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EU 집행위윈회에서 경쟁정책을 담당하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거(Margrethe Vestager) 수석부사장은 “대형 LNG 선박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며, 이 에너지원(LNG)를 전 세계로 운송할 수 있다. LNG는 유럽의 에너지원 다양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따라서 에너지 안보를 개선한다”고 말했다.
머스크, MSC 등 유럽 선사의 수요가 많은 대형 LNG선 건조 시장에서 세계 시장의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고, 이번 합병이 EU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만큼 독점이 우려된다는 의견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특히 현대중공업측은 EU 집행위원회에서 요청한 합병에 따른 독점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구제조치 방안을 제출하지도 않았다. 실제로 국내 보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구제조치 제출 마감기한인 지난해 12월 7일까지 EU측에 세부 구제방안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offshore-energy 보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측의 독점 구제방안 제출이 실제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것이 이번 EU측의 승인 거절 방침의 주요 요인으로 비쳐진다. EU 집행위원회 베스타거 수석부사장은 거대 양사의 합병으로 대형 LNG선 건조시장에서 세계 시장의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반독점에 대한 구제책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합병으로 LNG를 운송하는 대형 선박의 공급처는 줄고 가격은 높아졌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합병을 금지하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EU의 합병 승인 거절은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승인 거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승인 조건에서 한곳이라도 거절이 결정되면, 이번 합병 건은 무산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의견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다.
결국 이번 초대형 합병은 처음으로 되돌아갈 공산이 크다.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조선 수주 확대에 대규모 투자로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며, 대우조선해양은 다시 매각매물로 떠돌게 될 전망이다. 조선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3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