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현장에서 작업자와 로봇이 함께 나란히 서서 안전하게 업무수행이 가능한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s) 글로벌기업들이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나섰다.
협동로봇(또는 코봇, CoBot)은 기존의 산업용 로봇에 필수적이었던 안전 지대 구성과 안전펜스 작업이 필요없이 말 그대로 사람과 나란히 협동작업이 가능한 로봇을 말한다. 이러한 협동로봇은 온전히 수작업만으로 진행되는 조립라인과 자동화된 생산라인 사이의 단점을 보완해 반자동화(Semi-automation)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수의 로봇이 작업하고 있는 자동차 공장이나 다른 조립라인에서 쓰이고 있는 기존의 산업용 로봇과 달리, 작고 가벼워 탁상형 로봇이라고도 불린다. 협동로봇은 가볍고, 유연하며, 손쉽게 움직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작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전문 엔지니어가 아닌 작업자도 다시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최신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직면한 단기 생산 목표의 과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제시될 전망이다.
협동로봇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안전(Safety)이다. 안전펜스나 안전지대 구성없이 로봇과 나란히, 어떤때는 로봇과 사람이 부딪히면서도 작업이 가능하다. 사람과 협동로봇이 부딪히더라도 사람에 피해를 주지 않는 안전규격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세계 로봇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18% 내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산업용 로봇은 자동차와 전자산업계의 로봇 자동화 도입 확산에 따라 연평균 20%의 증가율을 보였다. 향후 4차산업혁명 시대의 본격 도래로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 등 로봇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산업용 로봇 시장은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의 경량화 및 저가격화가 가속화되면서 협동 로봇 시장이 급부상할 전망이다.
덴마크 유니버설로봇과 미국 리씽크로보틱스가 협동로봇 분야의 글로벌 선두업체다. 또한 기존의 산업용 로봇 전문업체들도 협동로봇 출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독일 쿠카 로보틱스, 스위스 ABB, 일본 야스카와전기 등도 협동로봇을 새롭게 출시하고 적극적인 현장적용과 확산 방안에 나서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의 협동로봇 신규 진출과 개발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먼저 한화정밀기계가 선수를 쳤다. 한화는 지난 2017년 3월 협동로봇 ’HCR-5’ 시리즈를 공식 런칭했다. 신현우 대표는 “한화 협동로봇 출시를 계기로 국내 로봇 산업의 성장을 기대한다”고 밝히고, “앞으로도 로봇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아시아, 유럽 등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한화는 2D 및 3D 센서등을 결합한 다양하고 혁신적인 협동로봇 출시로 이어가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도 2017년 9월 협동로봇 첫 모델를 선보이고, 2018년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두산은 그 동안 공작기계 사업을 영위하면서 구축한 정밀기계 가공기술 및 제어기술을 비롯해 굴삭기와 산업차량 사업 등을 통한 하드웨어 설계기술 외에도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던 메카텍의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로봇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할 수 있었다. 특히 협동로봇 각 축에 탑재된 고성능 토크센서를 장착, 사람의 손재주가 필요한 섬세한 작업도 수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대로보틱스도 협동로봇에 대한 새로운 진출을 추진중이다. 그동안 자동차 제조라인을 중심으로 한 산업용 로봇에 집중해 왔던 현대는 현대중공업에서 현대로보틱스로 분리독립하면서, 본사도 대구로 옮겨갔다. 분리이후 새로운 시장으로 협동로봇 비즈니스를 보고, 조만간 시제품이 출시될 전망이다.
국산 협동로봇, 해외시장 넘는다
이들 국내 기업들의 협동로봇에 대한 투자의지는 강력하다. 모두가 기존의 글로벌 영업망을 적극 활용해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한화정밀기계, 싱가포르 현지 생산체제 구축
한화정밀기계는 지난 2월말 싱가포르 정밀 기계 자동화 전문 업체인 PBA그룹과 합자법인 PBA-한화 로보틱스를 설립했다. 이번 합자법인 설립은 양사가 동남아 지역의 로봇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한화정밀기계의 모션 제어 핵심 기술과 PBA그룹의 정밀 기계 가공, 공장 자동화 SI 및 제조 역량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4차 산업 혁명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싱가포르에도 로봇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 중 PBA 그룹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로봇과 자동화를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싱가포르는 모든 로봇 공급을 외산에 의존하고 있어, 납기가 수개월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번 합자법인을 통해 싱가포르 현지에서 로봇이 생산됨에 따라 향후에는 동남아 고객사에 로봇을 4주내에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 정부는 싱가포르서 제조된 로봇 및 자동화 설비 구축에 대해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며 로봇 및 공장 자동화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어 협동로봇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정밀기계 관계자는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PBA그룹과 한화정밀기계의 합자법인에서 생산되는 협동로봇이 중소 기업 과 신생 기업의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화그룹은 아시아 자동화의 요충지인 싱가포르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해 로봇 전문 메이커로 성장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싱가포르 정부의 로봇 및 자동화 관련 정책과 연구개발 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화정밀기계 로봇사업부 장우석 부장은 “이번 PBA 한화 설립으로 인해 이 같은 싱가포르 정부의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싱가포르 현지 생산으로 동남아 시장 확산을 기대한다. 장우석 부장은 “싱가포르 내 로봇 산업 부문에서 오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PBA그룹의 세일즈 인프라를 활용해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이 준비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물류비용 절감, 납기 단축 등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두산로보틱스, 국내시장 선점후 해외 본격 진출
두산로보틱스도 해외진출에 적극적인 행보를 준비중이다. 지난 2017년말 경기도 수원에 연간 최대 2만여대를 생산할 수 있는 협동로봇 공장을 준공했다. 공장 준공 이후 두산로보틱스는 본격적으로 협동로봇 4개 모델 양산에 들어갔으며, 다음달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협동로봇은 4차산업혁명에 가장 준비돼 있는 자동화 솔루션”이라 말하며,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은 제조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현재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1호 고객인 일진그룹의 경우 2018년 말까지 주요 계열사 공정에 협동로봇을 확대 투입할 예정이다. 두산측은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과 신규적용분야 확대를 통해 올해에만 1,000대의 협동로봇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들 업체들의 협동로봇 해외시장 진출은 이제 시작단계다. 그러나 기존의 그룹사 네트워크망에 새로운 파트너사 발굴을 통해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동남아 시장에서의 시장 공략이 기대된다. 중국은 이미 중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인 협동로봇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중국시장 신규진출에 장벽으로 막아설 것이라는 것이 국내 로봇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 리서치 업체 관계자는 “국내 협동로봇 업체들은 저가격과 고성능을 바탕으로 동남아 시장에서의 중소 제조기업들에 대한 특화된 맞춤화된 커스터마이징 전략을 구사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홍덕 국제기자 hordon@icnwe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