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제어시스템에서의 벤더 독립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삼성전자LCD는 이미 8세대용 모듈라인에서 시험적인 성격의 산업용 이더넷 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 프로젝는 대형 LCD 라인에서의 수율 확보라는 목표로 추진됐다. 그러나 그 속내를 보면 기존의 미쓰비시전기라는 제어시스템 벤더로부터 독립이라는 숨은 과제가 있었다.
글_ 오승모 기자 (oseam@icnweb.co.kr)
세계 최대의 대형LCD 패널 제조업체인 삼성전자LCD가 LCD라인에서의 제어시스템 벤더 독립을 선언했다.
현재까지 LCD, 반도체,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 시스템은 자동화용 제어시스템에서 벤더에 종속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자동차 제조용 제어시스템의 경우에는 독일 지멘스, 미국 로크웰오토메이션, 일본 미쓰비시 전기 등이 분할하여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LCD 제어 시스템에서는 그 동안 거의 대부분의 제어시스템을 일본업체에 의존해 왔다. 따라서 국내 LCD 산업의 국제적 선두업체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더욱 제어시스템의 벤더에 종속되는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삼성전자는 수년전부터 제어시스템에서의 벤더 독립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모색은 제어시스템에서의 산업용 이더넷(Industrial Ethernet) 도입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더넷 라인만 연결하면 별도의 작업없이도 전체 제어시스템에 아무런 문제없이 장비의 연결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벤더로부터 벗어나라
산업용 이더넷의 도입을 통해 제어시스템에서의 벤더 독립이라는 프로젝트 수행에 앞서 많은 기술적인 검토작업이 이루어졌다. 먼저 산업용 이더넷에 대한 검토를 통해 산업용 이더넷이 LCD 생산라인의 수율향상에 하나의 대안으로 잡혔다. 그리고 곧바로 현재 국제적으로 개방화되고 표준화된 산업용 이더넷이면서 장비에 구애받지 않고 소프트웨어의 자체개발만을 통해 구현이 가능한 산업용 이더넷 프로토콜을 삼성전자LCD의 자체표준으로 삼았다. 먼저 일본 미쓰비시를 배재했다.
로크웰과 오므론이 수혜
이 과정에서 미국의 로크웰오토메이션이 주도하는 EtherNet/IP와 독일 지멘스가 주도하는 Profinet 프로토콜이 검토되었다. 최종 선택은 EtherNet/IP에게 돌아갔다.
Profinet은 하드웨어 방식이어서 이를 자체표준 프로토콜로 선정할 경우, 또 다른 벤더 종속이라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결국 삼성은 삼성전자 생산기술센터를 중심으로 EtherNet/IP를 기반으로 하는 LCD 라인 구축에 본격 돌입했다. EtherNet/IP를 기반으로 각종 소프트웨어를 생산기술센터에서 자체개발했다. 이를통해 이더넷 라인만 연결하면 어떠한 장비든 결합이 가능하도록 했다. 제어시스템의 벤더 종속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삼성전자 8-1세대 P1의 모듈라인에 처음 적용됐다. LCD에서의 세계 최초 산업용 이더넷 적용 라인은 지난해 2007년말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결과는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시장에서 EtherNet/IP를 적극 추진해 온, 미국 로크웰오토메이션과 일본 오므론이 LCD 제어시스템에서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8-1라인 P1 모듈라인에서의 가동 결과를 토대로 삼성전자LCD는 EtherNet/IP를 기반으로 한 이더넷 사양을 향후 추진될 8-1차 P2라인 및 8-2차 라인에서도 적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여기에서도 제어시스템 관련 벤더 종속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에 제어기기 관련 많은 전문업체들이 이 시장진출을 적극 모색중이다. 특히 모션 시스템 관련 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LG필립스LCD의 선택은?
이러한 삼성전자의 움직임에 LCD 패널관련 최대 경쟁자인 LG필립스LCD(이하 LPL)도 산업용 이더넷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일단은 산업용 이더넷으로 큰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확한 산업용 이더넷 프로토콜 선정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달리 LPL은 미쓰비시로부터의 벤더 독립을 추진하는 모습은 아니다. 수율 향상에 산업용 이더넷이 한 몫을 톡톡히 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은 팽배하다.
따라서 LPL은 현재 EtherNet/IP와 미쓰비시전기의 CC-Link IE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쓰비시전기는 지난해 이더넷용 MELSECNET 네트워크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적극 추진한데 이어, 지난 12월에는 이를 CC-Link IE라는 프로토콜 이름으로 CC-Link 협회의 산업용 이더넷 공식 프로토콜 사양으로 발표했다.
LS산전, RAFInet 제안에는 시기상조
LPL의 7세대용 제어시스템 공급업체로 선정되었던 LS산전도 자체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산업용 이더넷 프로토콜인 RAFInet 개발을 완료하고 IEC 국제 표준 상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7세대용 제어시스템 수주를 통해 LS산전이 LCD 시장 진출에 성공하는가 했으나, LPL이 7세대 계획을 취소하면서 물거품이 됐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LS산전이 LPL에 8세대를 위한 산업용 이더넷을 제안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LS산전의 RAFInet은 아직 공식적으로 개발이 완료되지 않고 검증된 레퍼런스가 전혀 없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지멘스, Profinet 국내 인지도 너무 낮아
지난해말까지도 LPL은 미쓰비시의 CC-Link(CC-link IE)와 ODVA의 EtherNet/IP를 놓고 검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멘스도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였다. 그러나 국내에서 Profinet에 대한 인지도가 너무 낮은게 흠이다. LCD라인의 네트워크 실무 담당자는 지멘스의 산업용 이더넷 프로토콜인 Profinet을 Profibus PA쯤으로 이해하는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네트워크” 이지만, 그저 “프로세스 제어용”이라는 것.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시장에서 Profinet이 세계시장의 선두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국내에서는 아직도 프로세스용 필드버스(Fieldbus)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Profinet은 LCD에서의 레퍼런스가 없다. 이것이 또 다른 문제점이다.
미쓰비시전기, LPL에 사활걸어
LPL도 삼성전자에 이어 LCD 라인에서 제어시스템에 대한 벤더 독립을 추구할 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는 실용주의(검증되지 않은 모험을 회피하는)를 고수하고 있는 LPL로서는 미쓰비시전기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쪽이 우세하다. 검증된 안정성을 통해 보다 빨리 8세대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LPL의 시급한 과제로 당면했기 때문이다. 대형 LCD 패널의 공급부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더구나 삼성전자 8-1세대 P2라인이 추진되고 있고, 대만 업체들의 8세대 투자도 동시에 추진중이어서 이들 8세대 라인이 동시에 본격 가동하면 2010년에는 공급포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우려감으로 누가 먼저 라인의 정상가동에 들어가느냐가 중요해졌다. 이러한 주변 조건속에서 미쓰비시전기는 서둘러 CC-Link협회를 통해 개방형 산업용 이더넷 프로토톨를 발표하는 등 분주하다. LCD 제어시스템에서 세계 독보적인 시장을 가진 미쓰비시전기의 위상에서 LPL마저 놓칠 수는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LPL도 삼성전자와 같이 제어시스템에서의 벤더 독립을 선언할 가능성도 유효하다. 물론 LPL은 미쓰비시의 제어시스템을 제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쓰비시전기를 포함한 벤더 다변화를 추진하는 선에서 산업용 이더넷을 도입하는 로드맵도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LCD 설비투자 현황과 전망
삼성전자LCD는 지난해 LCD부문이 가장 빛났다. 반도체부문에서는 매출이 전년보다 2% 감소하여 18.66조원에 머물렀으나, LCD부문에서는 전년대비 25% 증가하여 14.66조원으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대형 LCD 부문에서의 선전이 가장 큰 몫을 담당했다. 삼성전자는 8세대 LCD 라인을 먼저 가동함으로써 LG필립스LCD나 대만 LCD 패널업체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현재 대형 CD 패널은 공급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LPL은 2009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8세대 LCD 패널 제조라인 구축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LPL의 월 8만3천매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8세대 LCD 패널 제조라인에는 총 2조 5천억원이 투입된다. 또한 대만의 AU옵트로닉스(AUO) 및 CMO도 2009년 8세대 양산을 목표로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8세대 P2 라인, 7세대 증설라인 올해 가동
삼성전자는 우선 지난해 양산에 들어간 8-1 P1라인에 이어 8-2 P2라인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총 2조원이 투입된 8세대 P2라인은 오는 3분기에는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조속한 양산을 통해 46, 52인치대의 대형 LCD 패널 공급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삼성전자는 7세대 라인에 대한 증설도 진행한다. 최근 삼성전자는 7세대 라인 증설에 80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7세대 증설은 7-1라인과 7-2라인에 각각 3만매씩 생산능력을 확장하는 것으로 현재 공급부족에 처해있는 대형 LCD 패널중 46인치급 LCD 패널을 당분간 7세대 라인에서 추가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8-1 P2라인이 본격 가동하기까지의 공백을 채우겠다는 것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8-2라인 구축도 서둘러 돌입하고 있다. 현재 소니와의 합작라인 설립여부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삼성 단독이든, 소니와의 합작이든 8-2 라인이 필요하다는 방침하에 올해중으로 8-2라인 건물외관공사부터 시작한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올해에만 총 3조 7천억원의 LCD 부문 설비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며, 올 하반기에는 7세대 LCD 패널 라인에 이어서 8세대용 8-1 P1(소니와 합작), P2 라인이 모두 양산에 들어가게 된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8세대에서만 월 11만매의 LCD 패널 생산이 가능한,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대형 LCD 패널 제조업체로 떠오를 전망이다.
[아이씨엔매거진, 2008년 0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