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증강(Human Augmentation)은 자연적 또는 인공적 방법과 기술을 사용하여 인간의 기존 능력이나 부족한 능력을 향상(증강)시키는데 사용되는 생명공학, 전자공학 및 기계공학의 조합이다. 이 기술은 주로 의료분야에서 가장 빠른 기술발전과 적용확대를 보이고 있으며, 전술 병사 및 방위분야에서도 적극적인 연구가 진행중이다. 또한 제조 산업에서도 노동자의 근력을 지원하는 외골격 형태의 인간 증강 기술에 대한 투자가 시작되고 있다.
인간의 기능 보강에 사용되는 장치는 착용할 수 있는 장치 또는 외골격, 보철, 보행 보조 장치와 같은 바디 슈트와 몸 안의 나노 칩 삽입물, 뇌 제어 로봇 및 기타 여러가지 신체 내장 장치로 이루어진 웨어러블 장치들이 있다. 생명 공학, 로보틱스 및 의료 기기 분야의 다양한 연구소에서 광범위한 연구 및 개발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 파나소닉, 후지쯔 등과 같은 앞선 연구 참여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이 시장은 주로 로봇 공학의 사용 증가로 의료 과학 및 의료 기기에서 가져온 용이성에 의해 우선적인 시장 확장을 가져오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미디어랩 바이오메카트로닉스 연구팀을 이끄는 휴 허(Hugh Herr) 교수는 17세 때 등반 중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MI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며 자신과 같은 장애인을 위한 첨단 보행 도구 개발에 매진한 허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의족을 차고 71m 높이의 암벽을 등반해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휴 허 교수는 지난 ’2016 서울포럼’에 연사로 참석해 스스로 인간 증강의 미래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 휴 허 교수는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의수·의족과 신체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까지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장애인도 외골격, 웨어러블로 운동을 하거나 이동을 더 빨리할 수 있다”면서 ”스스로 몸을 디자인하는 ‘맞춤형 신체’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육상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Oscar Pistorius)는 태어난 지 채 1년도 안 돼 두 다리를 절단했다. 하지만 칼날처럼 생긴, 탄소섬유 재질의 의족을 단 채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는 등 많은 이목을 받으며 인간 증강 기술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이는데 기여했다.
인간이 서로 의사 소통하는 방식을 바꿔야 할 또 다른 트렌드 기술은 실시간 번역이다. 현재 실시간 언어 번역 응용 프로그램은 호환성과 완벽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보청기의 도움으로 실시간으로 청력 및 번역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개발이 이루어졌다. 기계 학습의 발전은 기계 수준 변환의 개선을 지원하는 많은 요소 중 하나이다. 구글은 번역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인공 지능을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하고 있다. 구글이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라 실시간 번역의 정확성과 완벽성이 향상되고 있다. 인공 지능과 기계 학습은 실시간 언어 번역의 추세를 가능하게 한다.
마켓리서치퓨처(market research future)에 따르면, 세계 인간 증강 시장은 2017년 5억 8,800만 달러 시장을 창출했다. 오는 2023년까지 30%의 연평균 성장률를 보이며 고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2023년이면 30억 달러의 시장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품별/착용형 인간 증강 부문은 2017년 시장을 장악했으며 최고 연평균 성장율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내장형 증강은 연평균 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사용자는 건강 관리 분야가 2017년 시장을 장악했으로, 인간 증강을 위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방위 산업 시장은 연평균 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적으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시장 성장율을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인간 증강 시장은 삼성전자, 토요타 자동차, 파나소닉을 비롯해 B-Temia, BrainGate, Ekso Bionics, Cyberdyne, Raytheon, Bionik Laboratories, Parker Hannifin을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참여해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인간 증강에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로보틱스 기술이다. 여기에는 로봇공학을 비롯한 센서기술, 모터 기술, 바이오 기술 등이 모두 포함된다. 최근에는 머신 러닝 및 인공 지능의 결합이 더욱 두드러지게 추진되고 있다.
로보틱스 인간 증강 기술의 역사
1954년 근대적인 로보틱스 빌딩블록인 최초의 반도체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이후, 최초의 로보틱스 기업인 유니메이션(UNIMATION)이 1956년 탄생했다. 1060년대 들어서는 인간 증강 기술이 태동했다. 미국정부와 GE는 공동개발을 통해 근골결 로봇인 하디맨(Hardiman)을 개발을 추진했으며, GE에 의해 하디맨은 최대 680KG까지 들어올릴 수 있는 근골결 팔 로봇으로 개발됐다. 1970년대에는 뇌를 제어하고자 하는 시도가 나타났다. UCLA의 한 연구실에서 EEG(뇌전도, electroencephalography) 연구를 통해 뇌파를 컴퓨터 스크린으로 옮기는 것을 현실화시켰다.
1990년대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의해 제어되는 인공 무릅 관절이 탄생했다. 절단된 무릅위에 입혀서 압력센서를 통해 걸을때 힘을 조절하도록 했으며, 탄소섬유를 소재로 채택해 사용기간을 라이프사이클 전체기간으로 확장하는 것이 가능했다. 2004년에는 BCI 사이버키넥틱스에 의해서 최초의 뇌 삽입이 이루어진다. 같은해 뉴욕에서는 환자의 머리에 씌우는 형태로 뇌 운동 피질로부터 EGG 신호를 뽑아내는 방법이 나왔다.
2007년에는 블루투스 무선 장치를 통해 조절되는 인공 다리가 환자에게 적용됐다. 보폭, 압력, 속도에 대한 소프트웨어적인 조절이 가능해 각 환자별 맞춤 적용도 가능해졌다. 영국에서는 아이림(I-Limb) 손이 첫선을 보였다. 아이림은 절단된 손에서 피부처럼 근육 센서를 통해서 강한 근력을 제공하도록 하는 로보틱스 기반 인공 보철 기구로, 동전까지도 집을 수 있는 정밀도를 가졌다. 2008년에는 텔레파시 통신이 시도됐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2008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신경 태핑 넥밴드를 통해 목소리 없이 통화하는 데모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2014년에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의료용 근골격 로봇인 리웍스(ReWorks)의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이 출현했다. 이는 군사용으로도 발전해 나가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엑서스켈레톤에 안전성과 효율성, 생산성을 추가하거나 사용시간을 확장하는 연구에 많은 기업과 국가들이 뛰어들고 있으며, 외골격 로보틱스 슈트로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인간 증강 기술의 대명사, 외골격로봇(ExoSkeleton)
무엇보다도 일본의 벤처기업 사이버다인(Cyberdyne)이 근위축증 환자의 하체에 장착해 보행 치료를 돕는 외골격 로봇 ’할(HAL; Hybrid Assistive Kimb)’을 주목할만 하다. 이 제품은 일본 정부에 의해 의료기기로 승인됐으며, 지난해 4월에는 공적 의료보험 대상에도 포함됐다. 의료용 슈트가 의료보험에 적용된 최초의 사례다.
사이버다인은 또한 제조업에도 주목한다. 최근 일본 오바야시구미에서는 노동자들의 작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할(HAL)’을 현장 노동자들에게 시험 제공했다. 그 결과 무거운 자재를 옮길 때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적어져 허리 통증이 줄었으며 피로도가 감소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작업량이 1.5배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의 방위업체인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HULC(헐크; Human Universal Load Carrier)는 병사들의 힘을 강화시키는 장비이다. 배터리 8개로 96시간 동안 동작하는 HULC(무게가 2~5kg)는 부착된 압력센서가 병사의 걷는 방식과 속도를 감지하여 병사의 동작을 증폭시키고 강화시킬 수 있다. 현재 90kg의 군장을 메고 장시간 동안 시속 5km 속도로 모든 지형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보조한다고 알려졌다.
국내에서의 인간 증강 기술 연구도 활발한 모습을 보인다.
2015년 현대자동차는 외골격 웨어러블 로봇 ’H-LEX'(Hyundai Lifecaring ExoSkeleton)를 선보였다. 이는 노약자 생활 보행을 지원할 수 있는 전용 로봇(H-LEX)이다. 이를 기반으로 의료용으로 확장된 의료용 로봇(H-MEX)도 개발을 완료하고, 지난해 1월 CES 2017에서 공개했다. 앉기, 일어나기, 걷기가 가능하다. 심지어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가능해졌다. H-MEX는 현재 의료기기 인증을 받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차는 그룹내 제조업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해 제조업 노동자를 위한 웨어러블 로봇 기구 개발과 현장 적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중이다. 아래 동영상에서 현대자동차 현동진 박사의 H-MEX 시연을 볼 수 있다.
2017년 IEEE 국제컨퍼런스로 영국에서 개최된 ’ICORR 2017’에서 삼성은 그 동안의 엑스스켈레톤 연구성과를 선보였다. 당시에도 삼성은 이 웨어러블 로봇분야에서의 국제 특허분야에서 많은 주목을 받아 왔었다. 이 행사에서 삼성종합기술원 메카트로닉스 연구실은 엑소스켈레톤 외골격로봇인 GEMS(Gait Enhancing Mechatronic System)의 성과들을 공개했다. GEMS는 러닝머신을 일정하게 연속적으로 걷는 조건에서 21%의 신진대사를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 연구팀은 경사면에서 사용하도록 최적화 된 GEMS v2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노인용 보행 지원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알려졌다.
지난 9월초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8’에서 LG전자는 ’LG 클로이 수트봇(LG CLOi SuiteBot)’을 처음 공개했다. LG 클로이 수트봇은 일상생활에서 보행이 불편한 사용자가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착용 시 훨씬 적은 힘으로 무거운 짐을 손쉽게 옮길 수 있어 제조업, 건설업 등 여러 산업현장에서 사용이 기대된다. 특히 착용자의 움직임과 주변 환경의 데이터를 학습, 분석해 위험을 예측하고 회피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클로이 수트봇에 적용돼 단순 보조업무를 넘어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적용이 기대된다.
군사분야에서 LIG넥스원이 추진하고 있는 연구개발도 앞서 살펴보았던 미국 록히드마틴의 헐크(HULC)와 유사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2013년 1차 시제품 렉소(LEXO) 개발을 통해 큰 힘을 낼 수 있는 유압 파워팩을 비롯해 센서 처리 보드, 제어 알고리즘 등의 핵심기술을 확보했다. 이 기술은 현재 방위사업청 프로젝트로 추진중이며, 2020년 마무리될 예정인 LEXO 로봇 개발이 완료되면 전투병은 무게 40㎏ 군장을 메고 시속 10㎞로 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LIG는 추가적으로 70KG까지 군장 무게를 늘리는데 따른 부품성능 개선작업에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마치며
인간 증강(Human Augmentation) 기술은 인공 지능 로봇 시대에도 이들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인간 증강은 나약하게만 보일 수도 있는 인간의 능력을 배가시키고, 사람에게 닥치게 될 각종 사고와 외형적 핸디캡을 극복시킬 수 하나의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센서와 모터 정밀제어, 소재부품과 관련한 로보틱스 기술과 함께 클랑우드, 빅데이터에 이어 인공지능, 머신러닝, 기계번역에 이르는 새로운 기술들과의 결합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진전을 더욱 앞당겨 나가게 될 것을 확신한다.
오승모 기자 oseam@icnwe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