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박장환, 한경대학교 명예교수
[아이씨엔매거진 / 1편(산업디지털 전환 촉진법을 재고한다)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애매모호한 법조항으로 향후 데이터에 대한 분쟁 발생이 우려된다
‘산업디지털전환촉진법’은 인터넷을 찾아보면 그 전문을 읽어볼 수 있다. 그 전문 내용중에서도 제1장의 총칙에서 산업 데이터의 정의, 그리고 제3장 산업데이터의 활용생태계 조성에서 제9조(산업데이터 활용 및 보호원칙)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업에 종사 중인 많은 기업인들은 이 산업디지털전환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더구나 이미 2년이라는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기업인들은 이런 법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산업데이터의 정의에 대한 내용은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산업디지털전환촉진법’의 생태계 조성을 정의한 제3장 제9조가 애매모호하여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산업계가 디지털화가 많이 진행되어 클라우드 사용이 시작되면 지금까지 사용하던 기계, 설비 등, 그리고 여러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각종 기술자산(Technical Asset)에 대한 데이터 사용권에 대해 별도의 계약을 맺어야 한다. 계약이 없으면 기업의 중요자산인 데이터가 더 이상 엔드유저인 기업소속이 아닌 벤더들이 임의로 데이터를 사용.수익할 권리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소비자인 엔드유저가 당연히 행사하여야 할 권리를 오히려 벤더들이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기업의 디지털화/-전환을 위해 투자된 모든 비용과 인적자산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계약이 없으면 그 결과물을 합법적으로 벤더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더구나 엔드유저의 데이터를 다른 기업 혹시 엔드유저의 경쟁회사와 거래를 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엔드유저의 피해는 보상받을 수도 없다. 데이터 사용,수익할 권리를 얻기 위해 별도의 계약을 한다고 해도 엔드유저가 불리할 것은 분명하다.
데이터의 실제 소유주여야 할 엔드유저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엔드유저는 기업의 수익을 개선하기 위해 물적.인적 재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소유해야 할 기업의 결과물로서 중요 자산인 데이터를 벤더가 가져가서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더구나 데이터에 약간의 변형과 가공을 통해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 이용한다면 엔드유저의 손실은 엄청나게 많을 수도 있다.
엔드유저의 기업 기술자산들이 여러 벤더들의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별도의 계약과는 관계없이 더욱 복잡해진다. 이는 한가지 예를 들어 보인 것뿐이다.
이것뿐만 아니라 산업디지털전환법의 전문에서도 엔드유저에게 유리한 조항은 아무리 살펴보아도 찾아볼 수가 없다. 데이터는 무형의 자산이고 특허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데이터의 오,남용을 위해 당연히 투명성을 담보해야 하지만 모든 문구가 애매모호하여 기술적인 지식이 부족하면 엔드유저에게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법안은 말이 좋아 산업디지털전환법이지 사실은 엔드유저에게 무슨 도움을 주는지 알 수가 없다.
더욱 주의할 것은 이 산업디지털전환법은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국회를 통과하여 이미 그 효력을 발생하고 있다. 지금 엔드유저의 데이터가 혹시 다른 곳에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지속적으로 디지털화/-전환이 이루고 지고 본격적으로 클라우드가 도입되면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다. 이때부터는 산업디지털전환법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게 될 것으로 추측된다. 데이터의 사용.수익권 문제가 엔드유저에게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갑을 관계로 별도의 계약을 맺어야 된다는 것이 안타깝다.
해외 벤더가 합법적으로 국내 데이터를 거래하고 해외로 유출하는 것이 가능해 질 수 있다
또 한가지 언급할 것은 산업디지털전환법의 제1장 총칙 중에서 산업 데이터의 정의가 너무 광범위하다. 데이터의 활용이 본격화되는 머지않은 시간에 내 기업의 데이터 사용 및 수익을 방어하기 위해 맺어야 하는 별도의 계약이 너무 많고, 혹시 스마트 시티 데이터도 산업데이터에 포함시켜서 사용.수익권을 다투게 된다면 과연 무슨 일이 발생할지 걱정스럽다. 덧붙여 중요한 국가의 산업과 관련되는 국영기업이나 연구소도 사용.수익권 계약을 별도로 해야 한다면 더욱 더 걱정스럽기만 하다.
더구나 해외의 벤더가 국내 현장에 설치된 장비나 설비 등을 통해 획득한 국내의 데이터를 산업디지털전환법을 근거로 사용.수익권을 주장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을의 입장에서 새로운 별도의 계약을 맺어야 되는 어이없는 경우도 감수해야 된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자국의 데이터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행위인데 국내의 산업디지털전환법은 단순하게 디지털화/-전환을 촉진한다는 생각으로 수월하게 국내기업들의 데이터 거래 뿐만 아니라 해외의 유출까지도 합법적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아마 혹자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할 수도 있다. 제1장 총칙에 제2조(정의) 2항에 정의된 내용에 따라,
-“산업데이터 생성”이란 산업활동 과정에서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통하여 기존에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산업데이터가 새롭게 발생하는 것(산업데이터의 활용을 통하여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데이터가 발생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말한다.-
여기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산업데이터가 새롭게 발생하는 것” 이라는 문구를 내세워 극히 일부분의 데이터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이는 허울 좋은 문장이고 실제로 데이터를 약간 가공해도 새로운 데이터가 될 수도 있고 또한 이미 존재했던 데이터 없이 어떻게 완전한 새로운 데이터가 발생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디지털전환촉진법이 디지털화와 디지털전환을 가로막는다면..
끝으로 이글을 마치면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고자 한다.
“엔드유저가 기업의 혁신을 위해 많은 비용과 인적자원을 투자하여 디지털화/-전환을 수행하였다. 이 투자의 결과물로 확득한 데이터를 기업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해 별도의 계약을 벤더들과 맺어야 하고 별도의 계약이 없으면 벤더가 일방적으로 엔드유저의 데이터를 사용.수익할 권리를 갖는다“
과연 귀하께서는 디지털화와/-전환을 하시겠습니까? [끝]
[칼럼] 산업디지털전환촉진법을 재고한다(1)편 (박장환 명예교수)
[칼럼] 산업디지털전환촉진법을 재고한다(2)편 (박장환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