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회의, “환경부가 편향적으로 여론을 조성해 제도 폐지를 위한 전략을 세웠다”
환경부가 편향적으로 여론을 조작해 일회용컵 보증금제 폐지를 계획했다는 국정감사 자료와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한국환경회의는 10월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환경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10월 8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일회용컵 보증금제 폐지에 대한 환경부의 대외비 문건이 발표됐다. 강득구 의원실에 따르면,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확대를 중단하고 대안으로 ‘무상 제공 금지’를 추진하기 위해서 “소상공인·업계가 국회 대상으로 문제 제기하도록 유도” 등 ‘여론전’ 계획을 세운것으로 드러났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에 보증금을 매겨 그 사용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국가 정책 제도다. 지난 2020년 자원재활용법 개정으로 도입되어 애초 2022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고자 했으나,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제주·세종에서만 시범사업이 진행됐다.
강득구 의원실이 공개한 환경부 문건에 따르면, 환경부는 시범사업에서 “비용대비 효과·효율성, 형평성, 소상공인 부담 등 제도 한계”가 나타나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감량·재활용 효과가 미미(“전체 음료 판매 일회용컵 연 86억개 중 보증금제 적용은 연 21억개), “고비용·저효율”(재활용 가치는 개당 4.4~5.2원인데 지원 비용은 58~130원), “형평성·이행부담”(대규모 프랜차이즈, 소상공인 반발)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서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10월 13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문건을 처음 봤다고 말하고, 보증금제를 없애고 무상제공 금지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법률로 추진해 온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담당 부처인 환경부 내부에서 법률에 반해서 시행해야 하는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구상 자체가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론 실제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는 정책이 아니라, 판매자 부담을 소비자에게 1회용컵 판매로 떠넘길 것이란 우려가 나돌고 있다.
일례로 김소희 국민의당 의원은 10월 8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1회용컵 보증금제’를 폐기하고, ‘1회용컵 무상제공 금지”를 통해 1회용품 판매로 정책을 전환하라는 의견을 제기했다.
전국 48개 환경단체, 여론 조작으로 정책 폐기 시도하는 환경부 장관 사퇴 촉구
이에 대해서 전국 48개 환경운동 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환경부가 제도 폐지를 위해 우군화 가능성이 확인된 그룹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삼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해야 할 환경부가 편향적으로 여론을 조성해 제도 폐지를 위한 전략을 세웠다는 것에 아연실색”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환경회의는 정부와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환경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건우 참여연대 정책팀장은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제도 폐지 여론을 위해 언론, 학계, 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를 어떻게 포섭하고 이용할지에 대해 모의를 한 것에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상공인이 나서서 국회에 문제제기하도록 유도한다는 언급은 시민들간의 갈등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건우 팀장은 “일례로 노동부는 5인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을 막기 위해 영세사업장의 부담을 전면에 내세워 왔는데 환경부도 제도를 없애기 위해 소상공인 부담을 방패로 내세우고, 그들의 생업이 환경과 적대하도록 구도를 만들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갈등을 조장할 것이 아니라 주체들이 지어야할 부담과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뿐 여론이 제대로 형성되도록 공론장을 마련하고, 제도를 보완하는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1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에 대한 재활용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법의 취지로 라벨비, 처리수수료 등이 판매자 부담임에도 선도지역에서는 대부분의 비용에 매장인센티브까지 지원했기 때문인데 이는 전국 시행 시 불가하다고 지적되어 온 바 있음에도 환경부가 내용을 알면서 이렇게 작성한 것은 매우 의도적”이라고 비판했다.
대상 매장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이 또한 환경부가 지난 2년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는지 되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는 업종과 품목, 규모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으며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의 비닐봉지 사용 규제는 다르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지자체별 자율시행은 결국 이 모든 책임을 지자체로, 무상제공금지 또한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결국 플라스틱 산업을 유지시키고, 일회용품 사용 정책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정부의지가 확인된 셈이라 말했다.
녹색법률센터 박소영 변호사는 환경부의 1회용컵 보증금제 미시행은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반되며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법률로써 도입된 1회용컵 보증금제를 실행할지에 대해서 환경부는 그 어떤 결정 권한도 없다며 법률과 대통령령 어디에도 환경부 장관이 이 제도의 시행 시기를 정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소영 변호사는 “보증금제에 관한 환경부의 이러한 위법 행위를 환경부 장관이 여태까지 몰랐다면 이는 자질 부족일 것이고, 만약 알았는데 그대로 두었다면 공범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장관은 책임지는 사람이므로 환경부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장관의 책무라고 강조하며 장관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