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말 화력발전소 계측기기 납품관련 대리점에서 2억 6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 한국지멘스 인더스트리사업본부장[현, 디지털팩토리사업본부] E(52) 부사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추징금 2억 6천만원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제1형사부(이영화 부장판사)는 7월 2일 거래업체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구속 기소된 한국지멘스 부사장 E(52)씨에 대한 항소심을 진행했다.
E씨는 한국지멘스(대표이사 회장 김종갑) 인더스트리사업본부장 부사장 직무시인 2010년 7월 거래업체로부터 독점 거래 및 제품 단가 인하 청탁과 함께 2억 6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선 1심 재판부에서는 징역 2년에 추징금 2억6천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E씨에게 돈을 건넨 업체는 한국지멘스에서 압력계측기 등을 공급받아 국내 화력발전소 건설현장 등에 납품해 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먼저 업체에 돈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소속 회사가 선처를 호소하는 점,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 동안 한국지멘스 직원들은 E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대구지법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지멘스는 세계적인 전기전자 기업인 독일 지멘스의 한국법인으로 1950년대에 한국전쟁을 통해 연락사무소로 설립됐다. 한국지멘스는 최근 수 년간 복합화력발전소 가스터빈 및 주기기를 국내에 공급하며, ABB 및 미쓰비시와 함께 고효율 복합가스터빈의 강자로 떠올랐다.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지멘스는 지난 2007년 러시아, 나이지리아, 리바아 등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입찰을 따내기 위해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사건으로 큰 홍역을 겪었다. 2006년 지멘스는 4억6000만유로(약 690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해 각종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해 뇌물을 뿌린 사실이 적발된 것. 당시 독일 연방범죄수사국 대변인은 “뇌물 수수가 그 동안 지멘스 사업모델의 한 부분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2007년 지멘스 뇌물사건이 불거지자 지멘스는 CEO 교체를 비롯한 많은 내홍을 겪었다. 처음으로 외부에서 CEO가 수혈됐다. 이후 지멘스는 ‘전담 준법감시인’ 제도를 만들어 현재 전 세계 600명의 준법감시인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9년부터 세계은행과 함께 15년간 총 1억 달러(약 1130억 원)의 지원금을 청렴 비즈니스와 부패척결에 앞장서는 세계 비영리기관에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또한 2007년 수혈됐던 피터 뢰셔 CEO는 강력한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펼치며 고전했지만 실적악화를 막지 못하고 결국 2013년 불명예 퇴진했다. 지멘스 외부로부터의 수혈이라는 지멘스의 첫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어 정통 지멘스 맨인 조 케저 당시 CFO가 CEO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한편, 지난 2012년 한국지멘스의 준법감시인으로 첫 부임한 외른 엘브라흐트 전무는 부임직후 가진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멘스는 준법경영을 강화한 이후 법을 어길 위험이 높은 사업에는 아예 들어가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오승모 기자 oseam@icnwe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