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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제조업특화전략의 명과 암

<P>21세기 들어 우리경제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경제가 시원스럽게 뻗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상대적으로 고성장하던 시기, 예를 들어 80년대의 3저호황기나90년대의 반도체 호황기에는 높은 성장률을 동반한 경기상승국면이 몇 년간 지속되면서 우리경제의 전반적인 수준을 한 단계씩 끌어올리곤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호황기중에도 성장률이 높지 않은 데다 그나마 상승국면이 오래 지속되지도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성장의 활력이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BR><BR><STRONG>비IT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률 저하</STRONG><BR><BR>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방향에서 설명해볼 수 있겠지만 본 글에서는 주력 산업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한다.<BR><BR>주지하다시피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던 산업은 60년대 섬유,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 70년대 중반 이후 전자, 철강, 화학 등중화학 산업,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반도체를 필두로 하는 IT 제조업 주도로 바뀌어왔다. 중화학공업화가 정부정책에 의해 계획적으로 의도된 측면이 강한 반면 IT 산업의 등장은 반도체 조립부문에서 시작해 자체기술 개발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한 민간의 자발적인 역할이 강조된다.<BR><BR>IT 산업은 명실공히 현재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다. 우리 나라는 각종 정보화 지수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으며 수출에서 IT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세계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경제성장이 4~5%로 크게 낮아졌지만 IT산업은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을 계속 지속하면서 전체 경제성장에40% 가량의 기여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IT산업은 대외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하여 2005년현재 전체 수출에서 IT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경제의 분업구조 속에서 IT 하드웨어 부문에의 특화라는 성장전략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BR><BR>IT 산업부문의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전체성장률이 저하된 것은 다른 산업의 성장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80년대와 2000년대 표준산업분류 중분류 제조업들의 평균 성장률은 제조업의 많은 부문에서 전반적인 성장률의 저하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예를들어 10% 이상 두자리수 성장을 기록한 산업의 수가 80년대 8개, 90년대 5개에서2000년대에는 1개로 줄어들었다. 2000년대 들어 전자부품 및 영상통신 산업을 제외하고는 모든 부문이 낮은 성장에 머물렀으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산업도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제조업 외 건설업,서비스업도 3%대의 성장에 그쳐 평균 성장률에 미치지 못했다.<BR><BR><STRONG>IT 산업의 내수 파급효과 충분치 않아</STRONG><BR><BR>이처럼 기타 제조업부문의 성장이 기대에미치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설명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경제의 규모와 수준이 높아지면서 선진국과의 격차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모방에 따른 고성장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IT산업처럼 선진국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산업에서 추가적인 생산성향상속도가 늦어지는 데다 주변의 저임금 경쟁국가에 시장을 잠식당하게 되면서 성장성이 저하되고 있다. 아직까지 대외경쟁이 심하지 않은 서비스업 부문에서도 생산성 향상이 미진하고 새로운수요를 창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BR><BR>이에 더해 IT 부문의 활력이 다른 부문으로 파급되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2000년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IT산업의 생산유발계수는 1.628로 전산업 평균1.659에 비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유발된 생산이 국내 부가가치와 연결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0.548로 나타나 전산업 평균 0.714에 비해 크게 낮다. 이는 IT 부문의 최종 수요 한단위가 늘었을 때 유발되는 수입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실제로 IT산업의 수입유발계수는 0.452로 전산업 평균 0.286에 비해높게 나타난다. IT 산업의 생산이 늘어날 때 부가가치의 상당부분이 해외에서의 수입증대로 이어져 국내 성장을 높이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섬유산업이나 전통적 중화학산업인 철강, 화학, 자동차, 선박 등에 비해높게 나타난다.<BR><BR>고용측면에 있어서도 IT 산업의 취업유발은 높지 않은 편이다. IT산업 생산 10억원당 유발되는 취업자수는 11.8명으로 전체산업 평균 20.1명에 크게 못미친다. 장치산업인 철강, 화학 등에 비해서는 다소 높은 편이지만 자동차, 선박 등운송장비나 노동집약적 산업인 섬유산업에 비해 낮게 나타나며 서비스산업에 비해서는 월등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IT부문의 취업자증가율은 생산증가율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IT 제조업의 핵심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전자부품 및 영상통신기기 부문의 경우 2000년대 들어 생산증가율이 20%에 달하고 있지만 취업자 증가는 6% 수준에 머물고 있다.<BR><BR>더욱이 IT 제조업부문은 수출단가의 빠른 하락으로 인해 성장에 대한 기여보다 소득에 대한 기여를 작게 만든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수출을 위한 생산물량이 늘어나도 가격하락으로 인해 교역조건이 악화되고 이에 따라 벌어들이는 소득의 증가가 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2005년까지 경제성장률은 평균4.5%였지만 실질국민소득(GNI) 증가는 3.2%에그쳤다. 2000년대 들어 4% 내외의 높은 실업률이 유지되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부문의 취업자수는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는 데는 이와 같은 요인들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BR><BR><STRONG>우리나라 경기주기 세계IT싸이클과 동조화</STRONG><BR><BR>IT 제조업에의 특화로 우리나라의 경기싸이클의 모양도 바뀌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경기순환이 빈번해지고 상하진폭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와 같은 주기의 단축이 전반적인 저성장과 동반되면서 경제주체들은 경기상승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BR><BR>현재 우리나라 경기싸이클은 세계 IT경기의 순환과 유사한 움직임을 나타낸다. IT경기의 대표적인 지표인 반도체 BB율과 우리나라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그려보면 2000년대 들어 움직임이 상당히 유사해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우선 우리수출에서 IT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이와 함께 대외의존도가 심화되면서 수출이 전체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체GDP 대비 수출의 비중은 90년대 평균 30.8%에서 2000년대에는 39.7%로 높아졌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내수와 수출이 괴리되면서 경기변동이 지속되는 힘을 잃어 경기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경기의 연속성을 측정하는 방법 중 한가지인 자기회귀계수(AR(1)), 즉 전기의 성장률의 현재 성장률에 대한 설명력을 나타내는 계수는 경제위기 이전까지는 0.864였으나 위기 이후 0.539로 크게 떨어졌다.<BR>
<BR>과거 우리나라의 경기는 수출증가에 의해 유발되고 이것이 소득 증대로 연결되면서 뒤이어 소비가 후행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이러한 관계가 강하게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데 특히 소비와 수출간의 상관관계가 마이너스로 나타나 소비가 수출보다는 다른 환경변화요인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과거에는 대외부문에서의 작은 진폭의 변동들이 소비에 의해 완화(smoothing)되면서 국내경기순환국면에서는 소순환 정도로 나타나곤 했는데 2000년 이후 이러한 메커니즘이 약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외여건 변화에 따라 부침이 심한 세계교역량 변동의 충격이 완충 메커니즘이 약해진 국내경기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상승세가 힘있게 이어지지 못하고 외부여건 변화 등에 의해 쉽게 하강국면으로 돌아서게되었다.<BR><BR>신용카드 대란 이후 전반적인 소비심리의 위축, 건설경기의 장기적 침체 등이 내수부진의 주된 요인이지만 앞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IT 제조업 수출의 활력이 구매력증대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BR><BR><STRONG>대만, 싱가포르도 내수부진에 따른 성장저하 경험</STRONG><BR><BR>성장률의 저하, 경기의 주기단축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IT 제조업부문에 특화한 다른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주요국가들의 분기별 성장률 추세들을 보면 세계적으로 경제변수의 안정성이 높아지는 추세(GreatModeration)가 강화되는 가운데 대외의존도가 낮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경기주기가 완만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대외의존도는 높으나 IT에 대한 특화도가 낮은 아시아국가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2000년대 들어 성장의 주기와 진폭이 모두 상당히 완만해져 경기의 변동이 매우 미미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세계적으로 IT 제조업 부문에 대한 특화도가 높고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대만과 싱가포르는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와 상당히 유사한 경기변동을 보이고 있다.<BR><BR>대만의 경우 우리나라와 비슷한 성장과정을 겪어왔는데 70~80년대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고도성장전략에 이어 90년대 이후 반도체, LCD 등IT 제조업부문에서 우리나라의 주요 경쟁국이 되어 왔다. 대만의 수출비중은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으며 IT 수출비중도 높다. <BR><BR>2000년대 들어 대만은 극심한 성장부진으로 일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에 추월 당한 바 있는데 특히 소비와 투자 등 내수의 둔화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공장들의 중국본토 이전에 따른 제조업 공동화, 출산율 저하 및 정치불안 등이 내수부진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IT 산업의 활력이 다른 부문으로 전파되지 못하는 데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만은 지난해 말부터 가계의 신용카드 부채부담이 심각해지는 신용카드 대란을 겪고 있으며 이것이 당분간 소비의 부진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용카드 남발과 과도한 카드 대출 등 제도적 요인이 주된 원인이 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계의 구매력의 뒷받침 없이 소비가 늘면서 우리나라와 같은 가계부실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BR><BR>싱가포르의 경우에도 80~90년대 7%대의 성장률에서 2000년대 들어 3%대로 평균성장률이 주저앉은 바 있다. 싱가포르는 수출이 GDP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대외의존도가 높으며 IT 산업이 수출에서 제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요부문별로 보았을 때 소비증가율이 80~90년대 3%대에서 2000년대에는 1%대로 크게 하락하였으며 특히 건설투자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성장률이 저하되었다. 수출이 연평균 8.5%의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수부진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실업이 높아지는 등 성장의 저하추세를 겪고 있다.<BR><BR>IT 제조업부문의 특화를 주된 성장동력으로 선택한 나라들이 21세기 들어 한결같이 수출과내수의 괴리, 경기의 주기단축과 함께 성장률의급격한 저하를 겪고 있는 것을 단순히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물론 이를 IT 특화전략의 실패라고 볼 수는 없다. IT부문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면 이들 국가의 성장동력은 현재보다 더욱 떨어졌을 것으로 판단된다.<BR><BR>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에 끼어서 향후 어느 쪽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는 이들 국가들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IT 산업 부문 외에도 세계수요를 이끌어갈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산업부문이 보다 더 개발되어야 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경제규모가 큰 우리나라는 이에 더해 내수부문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여 고용을 흡수하고 경제주체들의 구매력을 확대시킬 수 있는 서비스부문의 경쟁력 확대가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P> <P><EM>[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 <BR></E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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